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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8월 1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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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일단 벤처업계 주변에 일고 있는 이른바 ‘벤처 위기론’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판단에서 나왔다. 자칫 벤처산업이 싹트는 단계에서 말라버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현 정부의 이른바 ‘DJ노믹스’의 핵심인 벤처육성정책 성과를 지켜내야 한다는 필요성도 작용했다.
정부는 올해 초 ‘벤처 강국’ 방침을 발표, 벤처기업 숫자를 2005년까지 4만개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고용인원 120만명에 국민총생산(GN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18%로 높이겠다는 청사진도 내놓았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벤처기업의 경영활동을 제한하는 규제도 대폭 철폐해왔다.
그러나 최근 코스닥 폭락 여파와 우리 사회의 ‘벤처 거품론’ 확산은 이 같은 구상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 이렇게 되자 한동안 “지나친 정부의 벤처육성이 코스닥과 인터넷 기업 거품을 부채질한다”는 비판 때문에 점차 ‘시장’에 맡기려던 방침에서 정부가 다시 적극 개입 정책으로 돌아온 것이다.
정부는 일단 심리적 불안 요인을 차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는 장관들이 잇따라 나서고 있다.
이헌재(李憲宰)재정경제부장관은 지난달 29일 제주도에서 이례적으로 ‘벤처찬양론’을 펼쳤다. 이장관은 “작년 10.7%의 경제성장률 중 정보통신산업이 4.1%포인트를 차지해 38.3% 기여했다”며 벤처기업을 잔뜩 치켜세웠다.
지난달 31일 밤에는 안병엽(安炳燁)정보통신부장관이 서울 벤처밸리에서 인터넷기업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하루 뒤인 1일에는 김영호(金泳鎬)산업자원부장관이 전경련회관에서 벤처업계 및 벤처캐피털 대표들과 만나 업계의 사정을 듣고 정부의 벤처 보호 의지를 강조했다. 중소기업청도 최근 내놓은 ‘벤처산업 동향 및 대책’이라는 자료에서 위기론을 반박했다. 즉 “최근 위기론은 수익모델이 없는 일부 인터넷기업의 자금난에서 비롯된 것일 뿐 이를 벤처산업 전체의 위기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과장”이라는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벤처육성은 현 정부 경제정책의 한 축”이라면서 “벤처 위기론 차단에 경제부처들이 공동전선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부 의지의 ‘약효’가 얼마나 통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일단 위기론의 확산에는 상당한 방어막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편에선 정부의 ‘개입’이 지나칠 경우 초래할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벤처산업에 대한 재정지원방향’에서 “정부가 공공벤처펀드를 통해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