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합제무제표' 구조조정 채찍될까…순환출자등 '거품' 노출

  • 입력 2000년 7월 31일 18시 36분


5개월 이상 결합재무제표 작성에 매달렸던 모그룹 재무팀장은 결합재무제표를 공개한 31일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을 염려했다. 예상보다는 부채비율이 낮게 나타났지만 결합재무제표 한권을 통해 그룹 내부 속사정을 훤히 다 드러냈기 때문. 금융감독위원회 고위관계자는 “부실한 회사를 많이 안고 있는 기업은 시장에서 알아서 구조조정을 당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으로 ‘시장이 심판’하기를 기다린다는 얘기다.

▽어떤 정보가 나오나〓연결재무제표가 지배회사가 주체가 돼 종속회사까지 포함하는 개념인 반면 결합재무제표는 우리나라 재벌기업의 특수한 지배구조에서 출발한다. 개인 대주주가 여러 계열회사를 거느리고 이들이 실질적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며 순환출자하는 형식으로 지배를 하고 있어 한 그룹 전체를 통틀어 재무제표를 만들어야 내부거래 등 ‘거품’이 빠진다는 것. 국내에서는 처음 만들어지고 외국에서도 결합재무제표를 만든 사례는 없다. 결합재무제표에서는 내부거래 등 재벌들의 순환출자구조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고 국내 계열사뿐만 아니라 해외에 나가 있는 계열사도 속속들이 포함된다. 자본변동내용이 유상증자, 자산재평가, 당기순이익 등으로 구분돼 공시된다.

내부적으로 어떻게 지분이 이동됐고 투자회사와 투자를 받은 회사간의 연결고리도 파악이 가능하다. 계열회사끼리의 대차거래와 빚보증 상황도 재무제표상에서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

▽그룹 안정성 성장성 수익성지표를 한눈에〓이석준(李碩峻) 금융감독원 기업회계과장은 “결합재무제표상에 나타난 부채비율뿐만 아니라 안정성지표와 수익성지표도 동시에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지표는 금감원과 공정위에 제출되고 증권거래소에 공시되는 사항이다. 개인투자자들은 금감원 인터넷 사이트(www.fss.or.kr)에 들어가면 16대 기업집단이 제출한 결합재무제표를 통째로 다운받을 수 있다. 다만 고객자산을 담보로 영업하는 금융업의 경우 부채비율이 높을수록 우량회사인 점을 감안하면 금융업을 포함한 부채비율 비교는 큰 의미가 없다는 분석.

▽주채권은행 자산건전성 심사때 반영〓대기업들은 결합재무제표에 나타난 부채비율이 단순 연결재무제표에 비해 훨씬 높게 나타나 신인도 하락에 영향을 줄까봐 걱정이 많다. 정부에서는 결합재무제표상에 나타난 부채비율을 인위적으로 200% 이하로 낮추도록 강요할 계획은 없다. 안영환(安永煥) 금감원 회계감독국장은 “지난해 주거래은행과 체결한 부채비율 약정은 개별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적용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채권은행은 거래기업의 자산건전성심사때 연결재무제표를 감안하기로 결정해 기업구조조정을 압박하는 카드로 사용될 전망. 금감원은 9월중 결합재무제표 작성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수렴해 개선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16대그룹 부채비율 비교

기업집단단순재무제표결합재무제표
현 대181.0229.7
삼 성166.3195
L G184.2260
S K161.0220
한 진183.9230
쌍 용633.61773.4
한 화131.8227.5
롯 데76.386.8
한 솔198.1226
두 산158.7242
동 부183.6253
한 라법정관리 중297.8
코 오 롱150.5208.7
동 양229.7270
새 한244.5295.6
강원산업인천제철에 합병 500이상
(각 그룹 및 금융감독원) (단위:%)
*주:99년말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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