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현대電子 제소키로…계열사끼리 첫 법정 싸움

  • 입력 2000년 7월 25일 23시 39분


2억2000만달러를 놓고 현대의 계열사인 현대중공업과 현대전자가 정면으로 충돌해 법정 싸움을 벌이게 됐다. 계열사끼리 법정투쟁까지 벌이는 것은 현대창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현대중공업은 25일 특별성명을 통해 “현대중공업이 대신 물어준 돈을 현대전자측이 지급하지 않고 있다”면서 “서울지법에 대지급 소송을 낼 계획”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현대중공업측 주장에 따르면 현대전자는 캐나다 은행인 CIBC측으로부터 2억2000만달러를 빌리면서 현대투신 주식 1300만주를 담보로 맡기고 3년 후에 그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방식으로 돈을 갚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현대전자측은 만기가 다가왔음에도 이를 어기고 돈을 갚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바람에 지급보증을 서준 현대중공업측이 2억2000만달러를 내고 주식을 대신 사들였다는 설명이다. 현대중공업측은 20일 이를 대신 갚으면서 현대전자측에 구상권을 청구했다.

그러나 현대전자 측은 “현대중공업 측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돈을 물어줄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97년 당시 CIBC로부터 돈을 들여온 것은 사실이지만 차입이 아니라 현대투신의 주식을 팔고 그 대금을 받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현대전자의 한 고위 관계자는 “당시에 주식소유권 이전을 끝냈으며 양수도 계약서까지 체결했다”면서 현대중공업측이 말하는 “주식 재매입 청구권(풋옵션)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따라서 현대중공업측의 구상권 요청에 응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풋옵션 규정은 CIBC와 현대중공업간에 별도로 체결된 계약으로 현대전자와는 전연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현대전자는 다만 현대중공업에 손실이 발생할 경우 손실을 공평하게 분담하기 위해 현대증권과 연명으로 현대중공업에 각서를 제공했던 만큼 당시 보유주식을 매각하면서 얻은 차익 범위 내에서 손실을 분담할 의사는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전액을 현대전자측이 물어야 한다”며 외자 유치를 주관했던 현대증권과 현대전자를 상대로 금명간 주식대지급반환 청구 소송을 서울지법에 낼 예정이다. 현대그룹 최초의 계열사간 법정 싸움이 불가피해졌다.

<정위용·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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