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투기등급으로…계열사도 하향조정

  • 입력 2000년 7월 24일 19시 33분


현대건설의 회사채 신용등급이 기존 투자등급에서 투기등급으로 떨어지는 등 현대그룹 계열사의 신용등급이 일제히 하락했다.

이 여파로 24일 자금시장이 출렁거리면서 채권금리가 큰 폭으로 올랐으며 현대 계열사 대부분의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시장관계자들은 현대건설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했다.

특히 현대의 자금난이 심각하지 않다는 이헌재 재정경제부장관의 발언 직후 신용등급이 하락해 향후 금융시장의 파장이 주목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24일 현대건설과 고려산업개발 회사채의 신용등급을 기존 투자등급인 ‘BBB―’에서 투기등급인 ‘BB+’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또 현대건설의 기업어음(CP)도 기존의 투자등급인 ‘A3―’에서 투기등급인 ‘B+’로 하향 조정했다. 현대자동차 회사채도 ‘A―’에서 ‘BBB+’로 하향 조정했다.

이번 신용평가작업을 맡은 한기평 최강수평가1팀장은 “현대 내분사태 이후 현대의 자구노력을 지켜봤으나 진전이 없어 시장의 시각을 이번 평가에 반영했다”며 “당초 6월말에 발표하기로 했던 것을 현대측의 자구노력을 지켜보느라 한달 정도 연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과 고려산업개발은 회사채와 CP 신규발행을 물론 차환발행에 어려움을 겪게 될 전망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현대건설의 자금난이 재연될 경우 현대그룹이나 정부의 특단의 대책까지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대해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 고위관계자는 “현대건설의 자금사정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이 시간을 줘야하고 자꾸 코너에 몰면 상황은 악화될 뿐”이라며 “현대측에도 신속한 계열분리와 외자유치의 스케줄을 보다 투명하게 발표하도록 여러 차례 요구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현대 신용등급 하락사태 여파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주말보다 0.14% 포인트가 급등, 연 8.01%를 기록하면서 6일 이후 거의 20일 만에 다시 8%대로 진입했다. 회사채 금리도 0.06% 포인트가 올라 연 9.11%를 기록했다.

또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17개 현대 계열사 중 현대강관 울산종금 대한알미늄 등 3개사 주가만 소폭 올랐을 뿐 하한가까지 떨어진 현대증권을 포함해 현대건설(―14.6%) 고려산업개발(―14.4%) 현대멀티캡(―10%) 등 나머지 회사들의 주가는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한국은행 관계자는 “한기평의 현대 신용등급 조정으로 시장 전체 분위기가 악화됐다”며 “ 은행권 등의 유동성에 여유가 있어 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지는 두고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진·이나연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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