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구조조정]오호근의장 "채권단 소유 서로 양보해야"

  • 입력 2000년 7월 18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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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잘된다고 조금만 긍정적으로 얘기하면 이해당사자들이 ‘내 몫 챙기기’에 나서고 부정적으로 얘기하면 ‘여태까지 뭐했냐’는 반응이 나온다.”

18일 서울 대우센터 25층 집무실에서 만난 오호근(吳浩根)대우 구조조정협의회 의장은 한숨부터 쉬었다. 워크아웃에 대해 부정적인 분위기가 나오는 요즘 기업구조조정위원회 위원장으로서 구조조정 작업을 주도했던 그는 “심기가 무척 불편하다”고 털어놓았다.

―대우 계열사의 워크아웃 작업을 전반적으로 평가한다면….

“대우그룹은 6대 이하 전체 워크아웃 기업의 1.7배에 이를 정도로 덩치가 크다. 게다가 구조조정 협약에 참여한 금융기관이 보유한 채권이 상대적으로 적고 비협약 채권단과 해외채권단 비중이 높아 구조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워크아웃에 대한 평가는 최소 3년이 걸린다. 불과 1년 지나서 잘됐다 안됐다 판단하는 것은 무리다.”

―‘문제가 있는 기업은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기업을 살리는 게 기업가에게 특혜를 주는 것으로 여겨지던 과거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우 워크아웃 작업이 잘못되면 증시와 대외 신인도에 엄청난 문제를 가져온다. 대우는 이제 채권단의 것으로 잘 해결돼야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

―워크아웃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워크아웃은 채권단이 자율적으로 결정한 것이다. 구조조정위원회는 조정 역할을 했을 뿐이다. 일부 운영상의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모럴 해저드’ 운운하면서 전체를 문제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제도가 도입되던 2년 전에 비해 인식이 너무 달라져 서운할 정도다.”

―대우차 매각작업의 가장 큰 어려움은.

“사람들은 대우자동차 매각 문제를 30평짜리 아파트 팔고사는 것처럼 얘기한다. 포드측은 회사의 이사진만 설득하면 되지만 우리는 워크아웃 협약에 참여한 채권단뿐만 아니라 비협약 채권자들과 노조, 임직원 등 수많은 이해당사자를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 이해 충돌에 따라 대응 속도가 늦어 매각작업이 지연될 경우 대우차의 가치는 그만큼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 걱정이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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