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이름 보고 약 사세요"…중소업체 '브랜드'알리기 총력

  • 입력 2000년 7월 17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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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제약 영업부 직원 10명은 최근 약국과 직접 접촉해 의약품 판매량을 늘이는 종전의 판촉 활동을 중단했다. 그 대신 이들은 회사 홍보 부서로 돌아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의 이름을 쉽게 알릴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다.

이 회사가 준비 중인 판촉 방안은 약국을 찾아간 소비자가 제약회사의 이름만 보고 약품을 구입할 수 있는 ‘풀(Pull)’ 마케팅 시스템. 풀은 불특정 소비자를 끌어들인다는 뜻.

회사 경영진은 의약분업 실시후 의사의 처방이 없이도 팔 수 있는 일반의약품의 경우 가격 경쟁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 이대로 가다간 소규모 제약사들은 문을 닫아야할 형편이라며 직원들에게 판매 방식을 바꿔보라고 주문했다.

풀 마케팅은 의약품의 가격을 유지하거나 높이며 판매량을 늘이는 방식.

웬만한 제품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고선 쉽사리 도입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하지만 의약분업 시행을 전후해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 시장이 축소되고 일반의약품 시장 가격도 원가 이하를 밑돌자 일부 중소 제약회사들은 ‘생존 전략’ 차원에서 이같은 판매 방식을 채택한 것.

풀 마케팅을 도입하고 있는 중소 제약사들은 제품 광고 대신 회사 브랜드 광고에 중점을 두고 코스닥 등록을 통한 투자홍보(IR)나 회사의 대외 이미지를 높이는 작업에 힘을 쏟고 있다. 최근 코스닥에 등록한 유나이티드 제약과 코스닥 예비심사를 받고 있는 서울 제약은 회사 이름을 알리기 위해 대대적인 광고를 준비중이다.

이들 제약사는 거래 약국에게 높은 유통 마진율을 보장하며 특정 품목의 다량 판매에 주력하던 종전의 푸시(Push) 마케팅 방식에서 점차 탈피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

또 의약분업 시행에서 대체조제가 허용되고 드링크류나 위생용품 등 의약외품의 슈퍼 판매가 확대되면 최종 선택권은 소비자에게 넘어가 회사 이름은 갈수록 중요해진다는 시각이다. 반면 규모가 비교적 큰 제약사들은 풀마케팅 도입을 유보하며 시장 판도의 변화를 관망하는 편. 대웅제약 신희수 홍보팀장은 “풀 마케팅은 유통 마진이 낮아 도매상이나 약국이 매력을 느끼지 않는 기법”이라며 “잘못 도입했다가는 특정 회사나 품목이 시장에서 완전히 밀려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같은 중소제약업체의 실험에 대해 “시장 정보력이 취약한 제약사가 유통회사에 밀릴 것”이라는 부정론과 “시장 투명성이 높아지면 제약사가 승자가 될 것”이라는 긍정론을 동시에 펴며 엇갈린 평가를 내리고 있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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