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금융노조 협상 스케치]勞政실무위 구성

  • 입력 2000년 7월 11일 01시 43분


정부와 금융노조는 11일 이른 아침까지 마지막 타협점을 이끌어내기 위해 밤샘 마라톤 협상을 벌였다. 이와는 별도로 명동성당에 파업지도부를 마련한 금융노조는 명동성당과 연세대로 나누어 파업전야제를 갖는 등 대규모 농성에 돌입했다.

○…10일 오후 10시 20분부터 진행된 노정간 3차협상은 양측이 노정 실무위원회를 구성해 그 결과를 토대로 양측 대표가 다시 협상을 재개한다는 방법상 진전을 계기로 협상이 급진전되는 양상. 노사정위원회 김병석 대변인은 “실무위원회가 축조심의를 벌인다”고 말해 실무위원회에 상당한 권한이 부여됐음을 시사. 김대변인은 또 “금융노조의 총파업은 11일 오전 8시에 지침이 내려간다”며 “밤샘 협상을 통해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협상 타결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다.

특히 파업선언을 10일 밤 12시에서 11일 오전 8시로 유보하자 주변에서는 “잠정적인 파업 중단이냐, 아니면 일단 유보냐”를 두고 해석이 엇갈리기도.

○…이에 앞서 정부와 금융노조는 협상 초반 상호 격앙된 감정을 드러내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김호진(金浩鎭)노사정위원장은 협상전에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해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주자”고 말했으나 5개 퇴출은행 공동대책위가 협상장 입구에 난입해 정부의 구조조정을 강도높게 비판하자 협상장은 일순 긴장. 이날 금융노조 공대위 박대석사무처장은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하는데 정부의 정책 실패 책임을 은행원에게만 돌리고 있다”고 주장. 협상테이블에 앉은 이용득(李龍得)금융노조위원장도 “국민 주택 기업 외환은행이 노조원 파업참여를 막기위해 퇴근을 안시키는 상황에서 협상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가세. 이에 정부측 관계자는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 같다”고 토로.

○…한편 금융노조는 10일 밤 “은행과 정부는 ‘파업불참 선언’을 조작하지 말라”며 은행측을 맹비난. 금융노조는 산업 기업 한빛 외환 조흥 서울은행이 10일 오후 “각 은행 본점에 근무하는 노조원 300∼1000여명이 모여 파업에 불참키로 했다”고 발표하자 “원래 파업참여 대상도 아닌 간부급 비조합원이 모인 불참선언을 놓고 마치 노조가 파업불참을 선언한 것으로 여론을 호도하지 말라”고 주장.

○…10일 오후 6시 40분경부터 연세대 노천극장에 모여든 조합원들은 밤 11시경 2만명 수용규모의 노천극장을 가득 메워 뒤늦게 합류한 일부 조합원들은 대운동장으로 분산돼 집회를 개최. 태풍 카이탁의 영향으로 간간이 흩뿌리는 빗줄기 속에서도 조합원들은 준비한 비옷을 꺼내 입으며 노동가를 부르거나 파도타기 등으로 단결력을 과시. 일부 조합원들은 파업 강행시 농성 준비를 위해 배낭에 돗자리까지 달아매고 나타나기도. 그러나 일부 조합원들은 연세대 캠퍼스 곳곳에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노정협상 뉴스 속보를 챙기는 등 초조한 모습. 경찰은 연세대 주변에 7개중대 800여명의 경찰을 배치,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10일 오후6시반 부슬비가 내리기 시작한 서울 명동성당에는 남색티셔츠에 ‘총파업투쟁’이라는 붉은띠를 두른 금융산업노조 전산, 어음결제 담당 조합원들이 모여들기 시작해 오후10시까지 1000명 이상이 집결. 집회에 참석한 서울은행의 전산담당자는 “지금은 몇 개 은행이 퇴출돼 공감대가 50% 정도밖에 형성되지 않았던 98년 상황과는 다르다”며 “관치금융철폐에 대한 공감대로 전산직 노조원 거의 100%가 함께 참석했다”고 말했다.

○…명동성당 집회에는 롯데호텔 노조원이 오후 9시반까지 연대집회를 가졌으며 단병호(段炳浩)민주노총위원장이 “금융산업을 살려내기 위한 금융노조의 투쟁에 동조한다”며 “노동자의 투쟁에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며 지지 성명.

<김두영·권재현·이나연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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