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들도 '지옥훈련'…리바이스 12시간 세탁

  • 입력 2000년 6월 22일 19시 27분


《도자기는 불에 뛰어드는 ‘통과의례’를 거치고 나서야 세상에 나온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보는 제품 중에도 세상에 나오기까지 수천번의 성능테스트 등 혹독한 ‘유격훈련’을 거친 제품들이 많다.》

16일 국내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미국 질레트사의 오랄B 크로스액션 칫솔은 개발과정에서 5만6000여개의 치아를 닦았다.

4000여명의 소비자에게 의견을 물어 50종의 시제품을 만든 후 3000여명의 소비자에게 시제품을 써보게 했다. 또 컴퓨터로 작동되는 로봇팔이 인공치아에 1만3000회 이상 칫솔질을 했다. 솔의 각도, 닦이는 방향, 손의 움직임 등을 하나하나 분석하기 위해서였다.

3년간 7100여명의 소비자와 600여명의 치과전문가가 동원됐으며 총 7000만달러(약 770억원)의 개발비가 투입됐다. 소비자들이 손잡이를 잡는 방식, 치아형태와 갈라진 틈, 칫솔이 잇몸에 닿는 느낌까지 고려한 제품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한다.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의 자동차들은 ‘산전수전’을 다 겪고 살아남아야 한다. 충돌, 추락, 화재 등 돌발사고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

벤츠의 기술자들은 안전성을 점검하기 위해 차를 열대의 기온에서 삶아도 보고 일부러 엔진을 과열시킨 후 에어컨을 켜 보기도 한다. 지구에서 가장 더운 곳 중 하나인 미국 네바다주(평균 기온 섭씨 45도)에서 약 1500㎞를 달리는 실험은 대표적인 예.

가다 서다를 반복해 보고 문도 10만번 이상 열었다 닫았다 하며 최대한 차를 ‘못살게’ 굴고서야 합격점을 준다.

샐러드에 많이 사용되는 캔옥수수는 무르지 않고 신선한 것이 생명. 미국 그린자이언트사의 옥수수캔에 들어간 옥수수는 1만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종자다.

그린자이언트는 매년 1만여개의 종자를 대상으로 유전공학자와 생물학자들로 하여금 40여가지의 품질 테스트를 실시, 단 한 개의 종자를 고른다. 선정된 종자는 ‘올해의 니블렛’이라 이름 붙이고 그 해 만들어지는 캔에는 ‘니블렛’ 옥수수만 사용된다. 품질 기준이 미국 농무부의 A등급 기준보다 까다롭다는 것이 그린자이언트의 설명.

청바지는 ‘질기고 튼튼한 옷’의 대명사. 험하게 입을 수 없다면 ‘청바지’의 기능을 다한다고 볼 수 없다.

미국 리바이스 청바지는 15회 이상, 총 12시간 가량의 세탁시험을 기본적으로 거친다. 단추가 튼튼히 달려 있는지, 이음매가 틀어지지는 않았는지 보기 위한 것. 또 37가지의 바느질 조작 실험과 특별히 전문가가 고안한 12가지의 강도 테스트가 진행된다. 청바지 고유의 선명한 색을 내기 위해 염색도 8번에 걸쳐 이뤄진다.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