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 신인도에 악영향"…5천억~1조달러 큰부담

  • 입력 2000년 6월 18일 18시 46분


남북경협이 본격화되면 한국 경제에는 부담이 늘어 국가 신인도가 오히려 하락할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지인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와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은 16일자와 18일자 에 한반도의 정상회담과 관련한 특집기사를 게재하면서 “한국은 독일에 비해 남북간의 경제력 격차가 너무 심해 통일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으며 균형적 발전이라는 남북선언에 따라 남한이 북한을 본격적으로 지원하면 한국의 국제신인도에 악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들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이미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외평채에 대한 수요가 격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경제를 정상궤도에 올리기 위해 소요될 비용으로 월스트리트저널은 5000억달러(약 550조원), 파이낸셜타임스지는 1조달러(약 1100조원)로 추산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메릴린치의 신흥시장 채권분석가 툴리오 베라의 발언을 인용해 “한국의 일부 대기업 자금난을 해소하는데 250억달러의 공공자금이 필요한데다 국내총생산(GDP)의 수배에 달하는 통일비용이 들 전망이어서 국가신인도라는 측면에서 보면 ‘통일’의 영향은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독일 도이체방크의 신흥시장 전문가 피터 페타스도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한국 채권’ 보유를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실제로 지난주 거래된 한국 정부 발행 외국환평형기금채권(2008년 만기분)의 이자율이 미 연방정부 채권에 비해 1.9%의 가산금리가 붙는 등 상승세라고 말했다. 채권투자 펀드 운영자들이 한국 채권의 보유 비율을 줄이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북한의 일본에 대한 청구권 자금과 아시아개발은행(ADB) 세계은행(IBRD) 등 국제금융기구의 지원이 있을 수 있으나 한국측이 대부분 부담해야 할 것이라는 것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북한 경제를 재건하는 데는 1조달러(약1100조원) 이상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며 “97∼98년의 경제위기에서 회복중인 한국은 북한이 갑작스럽게 붕괴해 한국이 막대한 재정부담을 지는 상황을 원치 않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햇볕정책’을 강하게 추진했다”고 분석했다. 과거 한국 경제성장을 주도했던 한국 재벌들도 부채 때문에 당장 대규모 대북 투자를 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이 신문은 전망했다.

<구자룡·이종훈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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