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자금난 해소대책]회사채펀드 10조 조성

정부가 시중의 자금난 해소에 발 걷고 나섰다.

이헌재(李憲宰)재정경제부장관은 16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시중의 자금 사정이 악화되고 있다”면서 “10조원의 자금을 조성해 매매 중단 상태에 있는 회사채를 사도록 유도하며 은행에 특별신탁상품을 시한부로 허용해 기업어음(CP)을 집중적으로 매입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장관은 이어 늦어도 다음달 초까지 금융시장을 근본적으로 안정시키기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최근 들어 금융시장은 현대사태와 한국종금 유동성 위기에서 촉발된 기업들의 자금난이 겹치면서 심각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회사채와 CP는 완전히 거래가 끊겨 만기도래를 맞은 기업들이 경신을 하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본보 6월16일자 B1면 보도). 일부기업들은 자금난으로 유동성의 불일치에 직면해 흑자 도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채권 매입에 사용될 10조원의 펀드는 투신사 등 금융기관들이 각각 자금을 출연해 펀드당 2조∼3조원 규모로 조성된다. 이 펀드는 중견기업이 발행한 회사채를 인수해 기관투자가에게 파는 방식으로 주로 운영된다. 재경부 관계자는 “채권전용 펀드는 철저하게 민간 주도로 운영되며 기관투자가의 여유자금이 기업쪽으로 흘러가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현재 4∼5개 투신 및 자산운용사들이 채산성을 맞출 자신이 있다며 펀드설립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재경부는 이와 함께 CP거래 활성화를 위해 50% 이상을 CP와 회사채로 운용하는 단기신탁 상품을 연말까지 시한부로 은행권에 허용할 방침이다. 또 상장기업들이 신용도와 상관없이 보유자산을 담보로 채권(자산담보부증권·ABS)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르면 다음달 중 허용될 은행 단기신탁상품은 만기 90일짜리로 운용자금의 절반 이상을 회사채와 CP로 채우되 투자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20% 가량 국공채를 편입하게 된다.

이장관은 “이렇게 되면 CP의 유통이 원활해져 기업들의 단기자금 확보에 숨통이 트이게 될 것”이라며 “회사채 부분보증제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시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의 자금난은 구조조정을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난 현상에 불과하지만 잘못 방치할 경우 전반적인 신용경색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쌍용그룹 등 자금수급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기업들의 사정을 주채권은행을 통해 점검한 결과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고 설명했다. 이장관은 또 “이달 말까지 대우관련 채권으로 인한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하기 위해 대우담보 CP는 80%, 무담보CP는 35% 정도에 자산관리공사가 매입토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