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보험 가격파괴 시동]損保업계 '온라인 전쟁' 예고

  • 입력 2000년 6월 15일 19시 41분


‘자동차보험, 왜 8%나 더 내고 계십니까.’

최근 해동화재를 인수한 i리젠트닷컴의 인터넷 전용상품 ‘개인용 자동차보험’의 광고 문구. 언뜻 단순 가격경쟁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국내 최초의 인터넷전용 손해보험상품이라는 점에서 손보업계의 ‘가격파괴’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어떻게 보험료를 내렸나〓가입자가 내는 보험료는 개인의 위험도를 나타내는 ‘순보험료’와 보험사의 운영경비인 ‘부가보험료’로 합산된 것.인터넷 전용상품은 고객이 직접 인터넷에 들어가 보험상품을 고르기 때문에 기존의 보험 모집인이나 영업점을 운영할 필요가 없어 경비를 크게 낮출 수 있다. 가격경쟁의 촉발은 올 4월 부가보험료 산정 기준이 자율화됐기 때문이다.

▽인터넷전용 상품이 봇물을 이루나〓일반 손보사의 경우 선뜻 인터넷 전용상품을 내놓기 어려운 실정. 잘못하다간 기존 판매조직이 고사(枯死)할 위험에 놓이기 때문.

그러나 금융감독원의 임재영국장은 “적지 않은 손보사가 인터넷 전용상품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책임보험의 보상한도가 바뀌는 내년 8월에 대비, 요율을 조정한 뒤 올 8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내놓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 주의〓손보협회의 한 관계자는 “우리보다 먼저 인터넷 전용보험이 도입된 미국의 경우 현재 인터넷을 통한 가입비율은 4.5%에 불과하며 2003년에도 약 27%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선 신규계약 후 재계약 비율이 30%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일부 영세 인터넷전용 보험사가 사후보상처리를 맡을 조직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보험 상품을 팔고 있기 때문.

보험업계에선 “중요한 건 실제로 얼마나 잘 사후처리가 잘 되느냐”라며 “소비자가 믿을 만한 업체를 선택해야함은 물론이고 정부 당국도 사후 감독을 철저히 해야한다”고 강조한다.

▼로빈 윌리 i리젠트닷컴 대표 인터뷰▼

올 3월 해동화재를 인수한 i리젠트닷컴(KOL)의 로빈 윌리 대표이사는 “한국 고객에게 통합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은행을 포함한 모든 금융 업무분야에 진출할 것”이라고 15일 밝혔다. 이미 리젠트증권 리젠트종금 리젠트자산운용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이 금융지주사의 모회사는 영국계 투자금융사인 ‘리젠트 퍼시픽’. 온라인 금융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면서 최근 회사명에도 ‘닷컴’을 달았다.

‘일년에 한 번도 은행 창구를 찾지 않는다’는 그는 “온라인 금융은 시간과 장소의 제한없이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며 “미국 등 선진국에선 고객이 더 이상 은행창구에서 줄을 서거나 브로커와 상담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금융시장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4년 전 텔레마케터와 인터넷상품만으로 시장에 진출했던 외국계 기업이 지금은 일본내 3위의 보험사가 됐다고 설명했다.특히 국내 최초로 인터넷 전용 손해보험상품을 시장에 내놓은 것에 대해서는 “i리젠트닷컴은 앞으로도 상품개발자 등을 과감히 채용해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던 보험시장에 변화를 일으키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한국에도 제조업의 경우엔 세계 최고의 기업이 있고 최고 수준의 상품도 있지만 금융서비스의 경우엔 그렇지 못하다”며 “i리젠트닷컴이 한국 고객에게 세계 최고 수준의 금융 서비스를 누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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