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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6월 13일 19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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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경제의 새로운 도약은 북한과의 긴밀한 경제협력을 전제로 하는 만큼 북한의 경제와 사회전반의 질적인 발전과 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휴전선이 막고 있는 장벽이 당장 허물어지지는 않겠지만 한반도는 이제 유럽과 중앙아시아 중국 일본을 잇는 ‘대륙의 연결다리’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어볼 만하다.
가령 한민족은 이제 유라시아 철도에의 ‘탑승 티켓’을 끊을 수 있게 됐다. 부산에서 출발해 서울 평양을 거쳐 시베리아 벌판을 가로질러 유럽의 베를린에 도착하는 유라시아 철도 구상은 이미 유엔 등에서 그 실현방안을 92년부터 검토중이다. 남북을 철도로 연결하는 것은 단순한 한반도의 결합이 아니라 러시아 중국 일본을 하나의 상권으로 묶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한반도의 물류 유통 시스템에 있어 혁명적 개선이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 전체의 경쟁력은 획기적으로 높아진다. 이런 이점을 노리고 외국자본도 대거 몰려올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한반도의 미래에 대해 “자본주의와 체제전환중인 구사회주의 상권의 연결고리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동북아 경제협력의 최대 프로젝트인 이르쿠츠크 가스관 사업에도 서광이 비친다. 러시아∼중국∼북한∼남한을 잇는 가스관을 매설하겠다는 구상은 그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수년째 답보상태를 못벗어나고 있지만 정상회담으로 한층 실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런 의미에서 정상간의 만남으로 비롯된 남북경협 무드는 이같은 ‘대륙적 스케일’의 사업에 한반도가 이제 주역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을 뜻한다.
전력과 에너지자원 등 북한 내 인프라의 미비는 바꿔 생각하면 오히려 남한 경제에 돌파구가 될 수 있다.‘성장의 피로’를 느끼고 있는 남한 경제에 새로운 도약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지금까지 감히 생각하지 못했던 각종 ‘실험’도 가능하게 됐다. 수출입은행 배종렬박사는 “92년 이후 자본주의 실험을 일부 거친 나진 선봉지구를 남한의 동대문 남대문 시장과 같은 유통단지로 조성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한다. 이제까지는 속초에서 직접 나진으로 연결되지 못해 러시아 연해주의 포시에트항이 국제 화물이나 물류 유통의 중심지로 선점해가고 있지만 나진 선봉지구로 직접 연결될 수 있다면 이곳은 포시에트항 이상의 중개지역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구상들이 착착 현실화되면 한반도는 더 이상 4면이 막힌 반도국가가 아니다. 좁은 우리에 갇힌 ‘토끼’가 아닌 대륙과 해양을 향해 포효하는 ‘호랑이’가 될 것이다.
<이명재·권순활기자>m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