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3부자 퇴진]김재수 구조조정위원장 문답

  • 입력 2000년 5월 31일 19시 48분


김재수(金在洙)현대그룹 구조조정위원장은 31일 경영개선 계획을 발표한 뒤 “전문 경영인과 이사회 중심의 경영체제를 정착시키고 추가로 3조7141억원의 자산을 매각하는 등 신뢰성 회복을 위한 구조조정을 펼쳐나가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몽구 몽헌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선진국에선 주주가 지분에 대한 권리와 책임을 행사할 뿐 경영에는 간섭하지 않는다. 두분 회장께서 집행간부로서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오늘 발표가 두 회장과 합의된 사항인가.

“사실 명예회장으로부터 이 말씀을 전해들으면서 충격을 받았다. 명예회장께서 오래전부터 그룹과 한국경제를 위해 이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오신 걸로 안다. 몽구 회장에게는 수차례에 걸쳐 이런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고 몽헌 회장에게도 곧 말씀하실 것으로 알고 있다.”

―정주영 명예회장과 혼자 만났나.

“오늘 오전중에 불려들어가 혼자 말씀을 들었다.”

―앞으로 회장이라는 호칭은 없어지는가.

“앞으로 현대회장, 명예회장 등의 호칭은 없어진다.”

―이같은 결정을 하는데 구조조정본부가 간여했나.

“결정은 명예회장 혼자 하셨다. 예전부터 이같은 일을 생각하고 정몽구 회장에겐 수차례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길만이 현대가 국제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는 판단이다.”

―발표 내용이 예상과 판이하게 다른 데 혹시 정부의 압력이 있었나.

“정부 압력과는 전혀 관계없다. 그러나 정부도 이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기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단안을 내려야 한다고 판단한 설립자의 의지로 여겨달라.”

―정몽구, 몽헌 회장이 사퇴 압력에 불복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 사태가 일어나서는 안된다. 설립자가 모든 사태를 보고 이것이 마지막 결단이라 생각해 얘기한 것일 것이다. 두 회장의 냉철한 판단과 이해를 기대할 따름이다.”

―이것을 사실상 현대그룹의 해체로 봐도 되나.

“해체라는 표현을 자꾸 쓰지 말아달라. 정부의 방향이나 시대의 흐름이 개별기업중심,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나가는 게 바람직한 상황이다. 그러나 필요한 경우 업무 협조 등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이 있다면 수용할 것이다. 그룹이라는 명칭을 쓰지 않고 각 수장들이 책임질 것이다.”

―구조조정위원회는 존속하나.

“아직 개혁 과제가 남아있으므로 정부가 더 이상 필요 없다고 할 때까지는 남게 될 것이다.”

―정몽헌 회장이 대북 사업에 전념한다고 했는데 어떤 역할을 하게되나.

“현대아산과 상선, 건설 등 대북사업에 참여하는 여러 개 계열사를 코디네이션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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