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회장 돌연 출국속셈]"자금유치…협상시간 벌기…"

  • 입력 2000년 5월 29일 01시 23분


‘외자 유치냐, 정부에 대한 반발이냐.’

현대의 정몽헌(鄭夢憲)회장이 27일 돌연 일본으로 출국한 데 대해 그 배경을 둘러싸고 해석이 분분하다

현대는 지금 유례 없는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러한 다급한 처지에서 최고 책임자인 정회장이 해외로 나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현대측은 이에 대해“포괄적인 의미에서의 외자유치를 위한 외유”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회장이 김윤규(金潤圭)현대건설사장과 동행한 것으로 볼 때 건설의 자금난을 덜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출국한 것으로 추측할 수도 있다.6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시작될 대북 특수(特需)사업에 일본의 자금을 끌어들이거나 경인운하건설 등 한국의 사회간접자본(SOC)사업의 파트너를 찾기 위한 방일이라는 설도 있다. 또 일본측의 가혹한 조건제시로 난항에 빠져 있는 현대석유화학 매각협상을 현대측이 조건을 완화시켜 재개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외자도입이 하루 이틀 만에 성사되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업도 촌각을 다투는 현안이 아닌 만큼 정회장의 외유는 다른 의도가 있다는 설이 강하다. 그 중 이번 방일이 정부와의 싸움에서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의 압박에 “누가 다급한지 보자”며 반발하고 있다는 강경한 해석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정회장이 아버지(명예회장)에게 갖고 있는 현대차 주식을 팔라고 직접 말하기도 어렵고 핵심측근인 이익치(李益治)현대증권회장을 문책할 수도 없어 난처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출국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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