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객장스케치]자포자기…비난-항의도 잊어

  • 입력 2000년 5월 22일 19시 19분


종합지수가 속수무책으로 떨어진 22일 증권사 객장은 한숨과 침묵만이 이어졌다.

증권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날 오전만 해도 객장은 다소 들떠있었다. 이헌재(李憲宰)재정경제부장관이 증권사 사장단과 가진 조찬간담회에서 증시 안정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 투자자들은 어떤 대책이 나올지에 대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나름대로 예측을 해보기도 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간담회가 끝난 뒤 별다른 대책이 발표되지 않자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혹시나 했더니 역시”라며 허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증권사 지점 직원은 “지난 주말부터 지속적으로 주가가 빠져 투자자들이 대부분 자포자기하는 심정이 되면서 이제는 정부에 대해 비난을 하거나 증권사측에 항의를 하는 손님도 없다”고 전했다. 객장에 나오는 투자자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것.

또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손해 폭이 워낙 크다 보니 이제는 주식을 팔려는 생각도 하지 않고 망연자실하게 시세판만 쳐다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 지점 직원들도 이날 하루종일 일손을 놓고 있어야 했다. 한 직원은 “코스닥시장의 경우 손해를 보고 매도를 하려고 해도 대부분의 종목이 매수세 없는 하한가를 기록해 팔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오프라인과는 달리 온라인에서는 정부에 대한 비난과 자조섞인 비판이 줄을 이었다.

사이버 트레이더들이 즐겨찾는 증권 정보 사이트에는 이날 “정부 당국자는 제발 세금값 좀 하라” “정부가 대책을 내놓는다고만 하면 왜 주식이 더 폭락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집살 돈을 다 날려 이제는 사글세로 이사가기도 힘들어졌다” 등의 글이 이어졌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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