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投사태/증권가 반응]긍정-부정적 영향 엇갈려

  • 입력 2000년 5월 4일 19시 06분


4일 국내 주식시장은 현대그룹이 제시한 현대투신 정상화 계획에 대해 ‘일단 지켜보자’는 반응을 나타냈다.

종합주가지수도 소폭 떨어져 현대의 자구 방안이 시장 심리를 호전시키는데 큰 작용을 하지 못했음을 보여줬다. 현대 주요 계열사들의 주가는 강보합세를 보였지만 거래량이 전날보다 늘어나 투자자들의 판단이 엇갈리고 있음을 나타냈다.

거래소시장의 거래량은 전날보다 늘었지만 거래대금은 4월26일 이후 6일만에 1조원대로 내려앉았다.

▽국내 증시 반응〓한 국내 자산 운용사 사장은 “현대가 사재 출연 형식으로 경영 실패를 인정한 것은 평가할 만하나 그 규모가 기대보다 적으며 외자유치 등 현실성 없는 대안이 자구책의 골격을 이루고 있으며 비상장 계열사 주식의 가치는 과대 평가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구 방안이 많은 전제 조건이 충족돼야 이뤄질까 말까한 정도로 현대가 시간을 최대한 끄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사태가 현대투신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그룹 전체의 신인도와 관련된 것이라는 점을 현대측이 충분히 이해했다면 알짜배기 상장사 매각 등 직접적이고 설득력 있는 자구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한 증권사 이사는 “1000억원의 사재 출연 이외에 확실한 방안이 사실상 없다”면서 “향후 얼마나 빠른 속도로 정상화 계획을 실현시키느냐에 따라 시장의 판단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반응〓외국인은 이날 거래소시장에서 3일만에 소폭 순매도로 돌아섰으며 코스닥시장에서는 5일 연속으로 대량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옥성(李玉成) 엥도수에즈W.I.카증권 지점장은 “외국투자자들은 현대투신 문제 자체보다는 전체적인 제2 금융 구조조정 윤곽이 어떻게 그려질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또 “외국인들은 현대는 대우보다 훨씬 튼튼하며 현대 문제가 어떤 형태로든 해결될 것으로 보기 때문에 특별히 걱정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메릴린치는 3일자 보고서에서 “투신 문제 해결은 한국 증시에 아주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현재의 한국 증시 약세 국면을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ING베어링스 빌 헌세이커 상무는 “현대 자구 방안중 외자유치는 불가능에 가깝고 운용회사 매각은 불확실하고 매각 대금이 과대 평가돼 있다”며 “현대전자 현대증권 등의 증자 참여 문제에 대한 명시적인 언급이 없어 외국투자자들을 궁금케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현대와 정부가 여론의 질타를 피하기 위해 일단 그럴듯한 계획을 내놓은 뒤 향후 상황에 따라 제각각 움직이기 위한 명분을 쌓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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