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창업자들 "지분 적으니 서럽네요"

  • 입력 2000년 5월 1일 19시 35분


경영권을 방어하지 못할 만큼 지분이 적은 벤처기업 창업자들이 흔들리고 있다. 투자자나 주주의 압력에 경영권을 뺏기거나 경영 간섭을 받고 있는 것이다.

국내 최초로 허브사이트 개념을 도입했던 인티즌이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

인티즌 박태웅사장은 지난해 11월 KTB의 자금 지원을 받아 이 회사를 설립, 지분 2%만을 갖는 ‘월급쟁이 사장’으로 일해왔다.

그러나 인티즌의 지분 70%를 갖고 있는 KTB가 오프라인 업체와의 제휴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달 공병호 전 자유기업원장을 공동대표로 영입한 뒤 이 회사는 내분에 빠지게됐다.

공사장이 박사장과 상의없이 단독으로 연봉인상안과 조직개편안을 만든 뒤 그동안 박사장을 도와 인티즌을 창업, 경영지원을 담당해왔던 임완택 부사장의 사직서를 최근 받아냈다.

이를 뒤늦게 안 박사장이 공사장을 도와 연봉인상과 조직개편안을 만든 임원급 2명을 26일 퇴직시키자 인티즌은 분란에 휩싸이게 됐다.

임부사장의 사임 이후 한때 동반 사퇴를 표명했던 박사장은 “이번 사태는 처음부터 지분없이 일을 시작한 데서 비롯됐다”며 “어떻게든 이번 내분을 깔끔히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공사장도 “임부사장이 하던 식은 조직이 작을 때나 먹혀들었다. 이제는 그런 식으로 조직을 관리할 수 없기 때문에 임부사장이 사표를 냈을 뿐이다. 앞으로 박사장의 의견을 존중해 모든 일을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알려졌듯이 국내 인터넷 포털업체 1호인 골드뱅크의 최고경영진 교체는 인티즌보다 더 치열한 경영권 다툼의 케이스. 골드뱅크의 창업자이지만 지분률이 극히 낮았던 김진호사장은 지난달 아예 경영 일선에서 손을 놓게 됐다.

김씨는 유무상증자때 지분을 인수할 자금력이 없어 지분률이 1.8%까지 하락, 유신종 이지오스 사장을 대리인으로 내세운 미국계 릴츠펀드(지분률 19.65%)에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당했다. 김씨는 지분 1% 이상 주주 18%와 1% 미만 주주 12%를 우호세력으로 만들어 경영권 방어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이와 관련, 한 벤처캐피털리스트는 “한국 벤처기업 창업자는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자기 지분을 내놓고 외부로부터 투자자금을 끌어들여 지분률이 낮다”며 “수익성을 높여 현금보유력을 키워야 창업자도 생존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성기자>ks10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