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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4월 27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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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투신권 구조조정 방안이 현대의 유동성 문제를 부각시키면서 지수를 큰 폭으로 끌어내린 데 이어 27일엔 외국인의 매도 공세로 700선이 붕괴되는 초약세장이 펼쳐졌다. 현대 계열사 주식은 이틀째 하락세를 보이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코스닥지수도 거래소 급락에 영향을 받은 개인들이 투매성 물량을 쏟아내면서 심리적 지지선인 160선이 여지없이 붕괴됐다.
수급불안, 태평양 건너 미국 증시의 조정 양상, 투신권 구조조정의 향배, 현대의 유동성 문제, 외국인의 매도 전환 등 증시엔 호재는 없고 악재만 겹겹이 쌓이고 있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고 아우성이다.
▽1년전 주가 수준으로 뒷걸음질쳤다〓이날 종합주가지수는 699.29로 출발하며 시초가부터 지수 700선이 붕괴됐다. 장중 저점매수세가 유입되면서 700선을 회복하기도 했으나 외국인들이 쏟아내는 물량을 소화하기엔 매수 기반이 너무나 허약했다. 결국 종합지수는 99년 4월14일(687) 이후 최저 수준으로 뒷걸음질쳤다. 투자자들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 노력과 상장사들의 대폭적인 실적 호전이 물거품이 된 것 아니냐”며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다. 코스닥지수도 작년 10월5일(155.29)이후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외국인들은 장이 열리자마자 현대투신증권의 최대 주주인 현대전자를 집중적으로 내다 팔았다. 저점매수세에도 불구하고 다른 현대 계열사 주식도 즉각 매물 부담에 시달리면서 약세를 면치 못했다.
미래에셋 자산운용 이병익운용본부장은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가 초우량 주식인 삼성전자로 확산되면서 ‘외국인들도 짐을 싸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장 분위기를 짓눌렀다”고 전했다.
▽적극적인 개인, 소극적인 투신〓이날 그나마 적극적인 매수 세력은 개인투자자들. 그러나 개인들이 입질하는 종목은 개별 중소형주인 반면 기관과 외국인들이 던지는 매물은 우량주가 대부분이어서 분위기 반전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것도 장중에 사고 팔기를 반복하는 ‘데이 트레이딩’이 상당 부분을 차지해 매매의 일관성을 찾아내기가 힘들다는 지적이다.증권전문가들은 “기관과 외국인들이 지수 관련 대형주를 중심으로 매수세를 형성하지 않는 한 장세 반전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털어놨다.반면 투신사들은 이날 오전장엔 관망세를 보이다가 오후 들어 저점매수에 돌입하는 신중한 모습. 증시 일각에선 정부의 ‘매도 자제 요구’로 손을 놓고 있다가 700선이 무너지자 ‘소극적인 매수’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대한투신 이상호주식운용부장은 “지수 700선 이하에선 매수한다는 게 기본 운용 방침”이라며 “그러나 반등할 기미도 당장은 보이지 않아 급하게 살 생각은 없다”고 귀띔했다.
▽바닥이 안 보인다〓투자자들은 심리적인 지지선인 700선이 무너지자 ‘이젠 지지선을 거론할 단계가 지났다’며 앞으로 얼마나 더 빠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지수 하락폭만 보면 ‘빠질 만큼 빠졌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마이에셋 최남철상무는 “98년 6월 250선에서 출발해 연초 1150선까지 상승한 지수가 불과 4개월 만에 상승폭의 절반이나 폭락했다”며 “이만한 하락폭이면 수급 불안 등 ‘익숙한’ 악재들은 충분히 주가에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지금부터 추가 하락이 이어질 경우 경제기초여건(펀더멘털)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확산될 수 있다는 것. 최상무는 “하락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증시 자체가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는 것은 물론 그동안의 구조조정 노력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다릴 수밖에…〓현 장세는 금융시스템의 불안이 드러난 가운데 외부 충격이 겹치면 여과없이 폭락세로 전이되는 상황. 동원경제연구소 이승용동향분석실장은 “투신사 구조조정은 한번은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이며 투명하고 일관된 구조조정 방향이 제시될 때까지 주식시장은 충격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병익본부장은 “지지선을 상실한 가운데 향후 추가 하락 여부는 외국인의 매매패턴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