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양측 어떤 이익 얻게 되나?

  • 입력 2000년 4월 10일 19시 43분


남북한 경제는 분단 이후 50여년 동안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다. 남한이 수출주도형 경제개발로 세계시장에 진출한 반면 북한은 자급자족 경제체제를 고수하면서 최근에야 개방에 눈을 떴다.

경제구조가 판이한 만큼 남북경협은 양측의 미비점을 보완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여지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사안의 성격상 남한과 북한이 모두 이익을 보는 ‘윈-윈(Win-Win) 게임’이라는 것이다.

▽북한 특수(特需) 꿈꾸는 남한〓무엇보다 시장확대에 따른 규모의 경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북한을 생산 및 무역거점으로 삼아 중국 러시아시장에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진출할 수 있다. 북한과 중국은 호혜평등 원칙이 적용되는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북한에서 생산된 제품을 중국에 수출할 때는 관세인하 등 혜택이 주어진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이 ‘북한카드’를 활용하면 동남아 시장을 급속히 잠식하는 중국 상품에 맞서 역으로 중국 본토시장을 공략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현재 우리측은 남북한 사이의 교역을 민족 내부거래로 인정해 관세를 매기지 않는다. 따라서 식품 섬유 신발 등 소비재 산업은 북한의 저렴하고 풍부한 양질의 노동력과 원자재를 국내와 거의 같은 조건으로 이용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주로 수입에 의존하는 철광석 등 광물을 큰 물류비 부담 없이 북한으로부터 반입할 수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효과. 정부는 북한의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이 본격화하면 국내 5만4000여개 중소건설업체가 혜택을 보고 실업률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북한은 경제난 탈출 기대〓북한의 경제 상황은 말 그대로 최악의 상태. 90년대 들어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며 에너지와 부품의 절대적 부족으로 산업설비 가동률은 30%에도 못미친다. 따라서 남한 기업의 투자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부품과 원료가 없거나 생산성이 떨어져 가동을 멈춘 기존 시설들이 재가동돼 북한 경제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농사철을 앞두고 비료 종자 농약 등을 지원받음으로써 식량난을 완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것이다.

특히 남한과의 관계정상화에 힘입어 미국 일본 유럽 등 해외투자가 대폭 확대될 때의 파급력은 남북경협을 통해 북한이 누릴 수 있는 최대의 혜택이 될 것이라는 분석. 이헌재(李憲宰) 재정경제부장관은 “남북경협이 본 궤도에 오르면 남한은 물론 국제금융계의 여유자본이 대거 북한으로 유입돼 북한이 사회간접자본 등 경제기반을 확충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가용재원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남한 건설업체가 중동 등 해외건설시장에 진출할 때 북한 근로자를 고용하면 북한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외화벌이 수단도 갖게 된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