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론-수급불안에 '폭삭'…코스닥-거래소 동반폭락

  • 입력 2000년 4월 4일 19시 40분


만성적인 수급불안에 미국증시 급락여파가 겹쳐 서울 주식시장이 동반 폭락했다.

4일 거래소시장 종합주가지수는 장중 내내 810선이 무너지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에 떨다가 830선을 겨우 지켜냈다.

코스닥 종합지수는 개장하자마자 200선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허망한 장세를 연출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스닥시장에서 순매수한 종목은 10개에 불과했다.

▽코스닥은 거품제거 과정〓1월 코스닥 폭락세는 ‘예고편’에 불과할 정도로 이번 폭락장세는 가격조정 폭이 훨씬 큰 것이 특징.

2월에는 폭락세를 극복하고 단숨에 100포인트 이상 반등했지만 이번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인터넷기업의 수익모델이 불확실하고 정보통신기업은 시가총액만큼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

미국 골드만삭스 애비 코언 연구원의 현금보유비중 확대 보고서와 템플턴펀드 마크 모비우스 회장의 인터넷 주가 거품론도 외국인들의 투자행태에 영향을 준 듯. 외국인들은 4일 올들어 가장 많은 468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5조원대의 유무상증자 물량이 하락장세에서 커다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KTB자산운용 장인환사장은 “코스닥 주가가 기업가치에 맞게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지만 종합지수는 더 내려갈 것”이라며 “적정주가에서 과매도상태를 여러 번 거쳐 170선 근처에서 지지선이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거래소는 수급불안〓은행권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의 손절매 물량이 시장을 억누르고 있다. 올들어 증시가 지지부진하자 시중 부동자금이 은행권으로 많이 몰렸지만 은행은 보수적인 투자자세를 견지하고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위험관리차원에서 주식투자 수익률이 일정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시장상황과는 관계없이 무조건 팔아 손실을 줄이도록 돼 있어 지수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수익률 하락→손절매→추가하락’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

대우증권 신성호 투자전략부장은 “지난해 40조원이 넘는 유상증자 물량이 가장 큰 공급초과 요인”이라며 “자금여유가 있는 은행권과 외국인이 매수세로 돌아서지 않는다면 시장약세는 당분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증시 관계자들은 “코스닥시장의 ‘바닥’이 확인되지 않는 한 거래소시장만 오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내다봤다.

<정경준·김두영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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