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연봉도 싫다" 컨설턴트 벤처行 '엑소더스'

  • 입력 2000년 3월 28일 19시 41분


‘고급 인력’의 대명사처럼 일컬어지는 다국적 컨설팅회사의 경영컨설턴트들이 안정된 자리를 박차고 벤처기업으로 뛰어드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맥킨지 보스턴컨설팅 앤더스컨설팅 등 세계적인 컨설팅회사의 경영컨설턴트는 평균 1억원 이상의 높은 연봉이 보장되는 ‘고가 인력’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는 이들이 이직할 경우 주로 국내 대기업 임원이나 대학교수, 외국기업 사장 등으로 옮겨갔다.

그러나 최근에는 컨설팅회사의 높은 보수와 안정성을 마다하고 실패확률이 적지않은 벤처기업인으로 변신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가자! 벤처로〓올해초 맥킨지 경영컨설턴트에서 벤처기업 링크웨어의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한 박지열(30)사장은 맥키지에서 익힌 전략적 사고 및 분석능력을 기업경영에 접목시키고 있다.

또한 △이군희(맥킨지) △최문영(보스턴컨설팅) △윤석진씨(모니터 컴패니) 등의 컨설턴트출신을 대거 영입, 새로운 e비즈니스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두루넷의 이제현 부사장은 보스턴컨설팅 부사장을 역임한 고참 컨설턴트. 1월중순 이 부사장과 함께 두루넷으로 옮겨간 보스턴컨설팅 컨설턴트 3명중 한명인 박주만 전략기획팀장(33)은 “앞으로의 인터넷 전망이 대단히 밝고 아직 성숙되지 않은 시장이라 개인 역량을 발휘할 기회가 많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성진C&C의 김진 재무담당부사장과 프리즘 커뮤니케이션즈 김동일 사장을 비롯해 적지않은 경영컨설턴트들이 벤처 대열에 뛰어들고 있다.

▽시작에 불과하다〓이같은 경영컨설턴트들의 벤처행렬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이미 2,3년전부터 시작됐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워낙 많은 사람들이 이동해 대탈출을 뜻하는 ‘엑소더스’라는 용어가 사용될 정도.

맥킨지의 한 관계자는 “미국 경영대학원에 유학간 컨설턴트 가운데 돌아오지 않고 실리콘밸리 닷컴기업에 취업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과거에는 맥킨지에서 부르면 좋다고 달려왔는데 지금은 실리콘밸리에 취업하는 인재들이 많아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스탠포드 대학의 경우 맥킨지에서 접촉한 20명 가운데 2,3명만 입사할 정도”라고 전했다.

경영컨설턴트 출신의 프리즘 커뮤니케이션즈 김동일 사장은 “국내 벤처중에는 기술로 승부거는 회사들이 적지 않는데 여기에 시장흐름을 제대로 읽고 적절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인력이 더해진다면 성공확률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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