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또 인사번복…정몽구회장측 면직명령 전면부인

  • 입력 2000년 3월 26일 19시 57분


정몽구(鄭夢九) 몽헌(夢憲) 형제간 갈등으로 불거진 현대그룹 내분사태가 쉽게 수습할 수 없는 대혼란에 빠져들면서 그룹이 사실상 양분상태로 치닫고 있다.

현대 구조조정본부가 24일 정몽구회장의 현대경영자협의회장직 면직 등 ‘수습대책’을 발표한지 불과 이틀후인 26일 정몽구회장측은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이를 전면부정하고 나서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

내부혼란이 가중되면서 현대의 경영은 사실상 공백상태에 빠져들고 있으며 국민경제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정몽구회장이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정순원(鄭淳元) 기획조정실장은 26일 오후 2시반 서울 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몽구회장을 현대 경영자협의회장직에서 물러나게 한 24일자 명령을 취소하고 그를 유임토록 한다는 내용의 회사내부 문건을 공개했다. 이 서류의 결재란에는 정주영명예회장의 서명이 들어있다.

정실장은 발표문을 통해 “그룹 최고경영자 인사는 정몽구 몽헌회장의 협의를 거쳐 각 해당기업이 발표하게 된다”며 “그룹 구조조정본부는 한시적 기구로서 사업구조조정에 국한된 일만 발표하게 된다”고 구조조정본부의 24일 발표를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몽헌회장측은 “정주영명예회장은 정몽구회장측이 공개한 인사명령문 사본에 서명한 적이 없으며 이를 결정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문서도 갖고 있다”며 정몽구회장측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또 “정명예회장의 진의를 알 수 있는 문서를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으나 그 내용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정몽헌회장은 이와 관련해 27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본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 및 향후 현대 경영방침을 밝힐 예정이다.

정몽헌회장은 기자회견에서 24일 구조조정본부의 발표가 현대그룹의 공식결정이라는 입장을 천명하고 정몽구회장측을 강력히 비판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기·송평인·홍석민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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