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등 5개증권사, 투자자기대 외면 주식배당 결의

  • 입력 2000년 3월 19일 19시 59분


최근 사장단 명의로 시가배당과 자사주매입을 결의했던 증권사중 일부가 주주들의 기대에 어긋나게 주식배당을 결정해 비난여론이 일고 있다. 증권주 투자자들은 결의 당시 시가배당이라는 호재로 주가 상승을 바라며 사장단의 ‘주주 중시’ 결의를 환영했다.

▼ "사이버거래 투자위해" 추정 ▼

▽5개사 주식배당 결정〓현대와 동원 동양 한빛 신한증권 등 5개사는 15∼16일 주식배당을 하겠다는 공시를 냈다. 배당률은 △현대증권 7% △동원과 동양증권 각 5% △한빛과 신한증권 각 10%였다. 16일은 3월 결산법인의 주식배당 공시 마감일이었다.

이 증권사들은 주식배당을 결정한 배경을 속시원하게 밝히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대우 관련 채권의 손실부담과 사이버거래 경쟁에 대비한 전산시스템 투자용 재원을 쌓아두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추가배당 소득세수준 그칠듯 ▼

▽현금배당은〓주식배당을 하는 증권사들은 모두 현금배당을 추가한다는 계획. 현금배당률은 5월에 예정된 주주총회 직전에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 증권사들은 “현금배당률은 주식배당을 감안해 결정하겠다”고 밝혀 높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주식배당을 받는 주주들은 배당소득세를 내야 하기 때문에 현금배당은 ‘세금 정산용’에 국한될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주주의 계좌에 현금이 없으면 ‘미수금’이 발생하기 때문.

▼ 작년 막대한 순익 한푼도 안내놔 ▼

▽주식배당의 속뜻은〓주식배당은 시가배당 및 자사주매입 결의와는 상반된다는게 주주들의 생각이다. ‘시가배당은 곧 현금배당’이라는 등식이 상식으로 수용되기 때문. 주식배당은 유통주식을 줄이기 위한 자사주매입과도 정반대의 결과를 낳는다.

또 주식배당은 지금 같은 약세장이 지속되면 배당수익률이 떨어질 수 밖에 없어 주주들에게 불리하다. 배당된 주식이 상장되는 5∼6월경 증시에 대해서는 낙관론보다는 비관론이 많다. 배당기준일 다음날 주가가 배당분만큼 떨어지는 배당락도 약세장에서는 악재.

증권업계 일부에서는 “시가배당 결의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주식배당을 하기로 공시한 것은 작년에 사상 최대의 순익을 거둔 증권사들이 현금을 고스란히 유보해 놓겠다는 ‘이기주의’에 다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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