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할인율 '高' 코스닥 대주주 이익 '多'

  • 입력 2000년 3월 5일 21시 15분


코스닥기업들이 증시에서 유상증자로 자금을 조달할 때 지나치게 높은 할인율을 적용해 대주주만 이익을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거래소기업의 평균 할인율은 20∼30% 수준이지만 코스닥기업들은 대부분 40∼50% 수준이며 심지어는 70%까지 적용하고 있다.

할인율이 높으면 기존주주들은 보다 싼값에 신주를 살 수 있어 유리하지만 기업입장에서는 자본금이 적게 들어와 재무건전성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할인율이란〓기업은 유상증자를 실시할 때 주주들의 신주인수금액(발행가액)을 정한다. 발행가액은 배정기준일 직전 1개월 평균주가, 1주일 평균주가, 최근일종가 등 3개 주가를 산술평균한 기준가격에 할인율을 적용해 결정된다.

할인율은 발행기업이 자율적으로 정하며 유상증자때 기존 주주의 실권비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면 할인율을 높이고 실권비율이 적을 것으로 예상하면 할인율을 낮추는 것이 일반적.

▽코스닥, 할인율 높은 이유〓증권업협회 김병재 시장관리팀장은 “코스닥기업 대주주들이 유상증자때 필요한 자금부담을 줄이고 주가가 적정수준을 넘어서 많이 올랐다고 판단되면 할인율을 높게 책정한다”고 말했다.

예를들어 대주주가 50% 지분을 갖고 있는 A기업이 1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할 경우 대주주는 지분율에 따라 500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할인율을 높게 적용하면 발행가액이 낮아져 훨씬 적은 돈으로 증자에 참여해 지분율은 유지하면서 보유주식수를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지분율이 높을수록 이익을 많이 얻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된다. 또 기업 입장에서는 회사 자본금으로 들어오는 금액은 적어져 재무건전성에는 나쁜 영향을 준다.

▽할인율 인하 유도〓코스닥등록법인협의회는 최근 유상증자 할인율을 거래소수준인 20∼30% 수준으로 낮추도록 회원사에 권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병재 팀장도 “할인율이 지나치게 높은 기업은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할인율 책정시 대주주의 이익보다는 기업자금조달의 성공여부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자는 할인율 높을수록 좋다〓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할인율이 높을수록 신주를 싸게 살 수 있어 유리하다.

보성파워텍과 태진미디어는 할인율이 무려 70%. 보성파워텍 관계자는 “당초 유무상증자를 동시에 실시할 계획이었으나 발행가액이 너무 높아져 유상증자 할인율을 높게 잡는 방향으로 선회했다”고 말했다. 할인율을 높여 발행가액을 낮게 하면 유상후 무상증자를 실시하는 것만큼이나 기존주주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많기 때문. 증권전문가들은 할인율이 높다는 것은 실권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어서 개인투자자들은 할인율 뿐만 아니라 기업내용을 살펴 고할인율 적용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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