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2차 구조조정 시동…시장주도로 총선후 가속

  • 입력 2000년 3월 1일 19시 31분


5개 지방 및 중소은행의 퇴출과 6개 대형은행의 인수합병으로 막을 내린 1단계 금융권 구조조정에 이어 2단계 구조조정이 사실상 시작됐다.

1단계 구조조정이 공적자금이란 실탄을 무기로 정부가 주도한 것이었다면 2단계 구조조정은 시장에서의 생존경쟁 그 자체.

99년도 결산부터 은행들의 자산건전성 분류기준이 강화됐고 내년초 예금보호 한도축소가 예정돼 있어 이미 금융기관간 자금 대이동이 임박했다는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금융당국, “총선 끝나면…”〓이용근금융감독위원장은 올해 들어 시중에 유포된 ‘예금보장기간 연장’설을 여러차례 일축했다.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예금보호기간을 연장할 경우 자율적인 금융기관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해질 공산이 크기 때문. 금융가에선 예금보장 한도 축소를 앞두고 이미 자금대이동이 시작된 것으로 관측한다.

금감위 관계자는 최근 “시중은행 임원들을 만나 인수대상을 검토해볼 것을 ‘권유’했다”고 밝히고 ‘총선이 끝나면 시장이 주도하는 구조조정이 자연스럽게 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은행들의 짝짓기〓지난달 말 하나은행에 대한 독일 알리안츠그룹의 12.5% 지분 참여로 국민 주택 외환 하나 등 4개 은행의 외국자본과의 짝짓기가 이뤄졌다. 이는 자기자본 확충과 금융기관 업무장벽 붕괴(겸업)에 대비한 다목적 카드.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여 다가올 인수합병전에서 주도권을 잡는 동시에 선진 금융기법을 전수하려는 것.

금융전문가들은 정부의 업무장벽 파괴 추세와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위한 준비작업, 인터넷뱅킹 등 전자금융의 활성화 등으로 2, 3년 내 초대형 겸업 금융기관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빛은행은 이미 지주회사를 정점으로 은행 증권 투신 등 업종별 자회사를 두는 지주회사 구상을 발표했다.

▽걸림돌〓2차 구조조정의 가장 큰 문제는 ‘재원마련’. 올해 주총에서 배당을 실시하는 은행은 고작 주택 하나 한미은행에 불과할 정도로 은행들의 영업실적은 나쁘다.지난해 대우 부실채권에 수천억∼수조원씩 물린데다 새로운 자산분류기준이 적용돼 거액의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했기 때문. 금감위는 “당분간 은행수지가 개선될 가능성이 적어 빅뱅을 주도할 리딩뱅크가 눈에 띄지 않는다”고 걱정한다.

은행 구조조정을 지원해야 하는

예금보험공사도 사정이 어렵다. 올해 투입해야 할 공적자금만 40조원에 달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현재 확보한 재원은 30조원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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