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주가 "半은 거품 半은 저평가"

  • 입력 2000년 2월 27일 20시 50분


코스닥시장에 등록된 벤처기업들의 시가총액의 절반가량이 ‘거품’에 해당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이들 벤처기업의 주가가 과대평가되거나 과소평가되는 등 극단적으로 양극화돼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27일 LG경제연구원 이원흠연구위원팀에 따르면 코스닥 벤처기업중 98회계연도 재무자료가 입수된 124개 기업의 주가 과대평가 여부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지난달 26일 기준 시가총액 27조원중 49%인 13조원이 거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벤처기업중 52%는 주가에 평균 80%의 거품이 끼어있는 반면 나머지 48%의 기업은 적정가치에 비해 96%나 저평가돼 있는 등 주가 양극화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시장에서 평가된 ‘기업가치(EV)’, 즉 시가총액과 부채총액의 장부가의 합계에서 ‘적정가치’, 즉 평균투자수익률, 무위험이자율, 경제성장률 등 투자환경 요소에 대한 일정한 가정하에 산출된 최적투자가치 규모를 빼는 ‘실물옵션모형’을 이용, 거품 규모를 계산했다.

한편 이 모형을 미국 나스닥100지수 편입 종목들에 적용한 결과 버블 규모가 시가총액 3조8000억달러중 70%가 넘는 2조7000억달러로 나왔으며 이자율 경제성장률 등을 한국과 같다고 가정할 경우엔 버블 비중이 23%로 급감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증시주변 여건이 벤처기업의 성장가치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리도록 해 벤처기업들의 주가 버블을 더욱 키우고 있는 셈이다.

연구팀은 “실증분석 결과 이 모형의 설명계수가 0.95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며 “초기 현금흐름이 나쁜 벤처기업에는 종전에 자주 활용된 기업가치 평가방법인 ‘현금흐름 할인 모형’보다 이 모형이 훨씬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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