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코스닥기업 시가총액 눈덩이처럼 불어

  • 입력 2000년 2월 17일 20시 20분


거래소시장의 침체와 코스닥시장의 활황이 계속되면서 시가총액(주식수×주가) 기준으로 코스닥시장 대형 고가주들이 거래소 상장기업을 무섭게 따라잡고 있다.

이에 따라 자본금규모 100억원이 안되는 코스닥 대표주들의 시가총액이 거래소의 내로라하는 그룹 전 상장사 시가총액 합계를 웃도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한통프리텔을 팔면 현대를 산다(?)〓코스닥시장의 ‘얼굴’인 한통프리텔은 16일 종가기준 시가총액이 20조3294억원으로 두 시장 통틀어 한국통신 삼성전자 SK텔레콤에 이어 시가총액 4위.

주가가 조금만 더 오르면 시가총액 총계가 25조원 안팎인 현대그룹 16개 상장회사를 모두 사들일 수 있다. 주식투자자 입장에선 전자 건설 자동차 종합상사 증권 등 현대그룹의 대표기업들이 똘똘 뭉쳐도 한통프리텔 하나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

거래소의 한국통신과 코스닥의 한통프리텔 한통하이텔 등 ‘한통 3사’의 시가총액을 합치면 61조원으로 시가총액 1위그룹인 삼성보다 많다.

▽무서운 아이들, 코스닥 벤처기업〓새롬기술 로커스 주성엔지니어링 다음커뮤니케이션….코스닥시장에 불길을 몰고 온 ‘뉴 페이스’들이다.

공통점 중 하나는 모두 자본금이 100억원도 되지 않는 벤처기업이라는 것. 상장 대기업과 비교하면 ‘구멍가게’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처지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새롬기술의 시가총액(3조3344억원)은 30대그룹 중 삼성 SK LG 현대에는 못미치지만 한진 등 5위이하 그룹에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로커스 주성엔지니어링 다음커뮤니케이션도 한진 제일제당 해태 한화 한솔 등 굵직한 그룹과 맞먹을 정도로 시가총액이 불어났다.

유명 코스닥 벤처기업이 입주해있는 빌딩 소유주인 모 상장회사 관계자는 “월 임대료도 제때 못내 쩔쩔 매던 때가 엊그제”라며 “요즘은 건물을 통째로 사겠다고 할까봐 겁난다”고 격세지감(隔世之感)을 털어놓았다.

▽왜 시가총액인가〓기업의 적정가치를 계산해내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기업가치 판단지표는 시가총액. 그래서 특정기업을 거론할 때는 반드시 ‘시가총액 얼마짜리’라는 말을 꺼낸다.

초기단계의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창투사들도 마찬가지. 자본금 규모(주식 수)가 적은 알짜배기 기업이라면 천문학적인 숫자를 제시하며 지분참여를 요구한다.

라이코스코리아 주식이 주당 1800만원, 코스닥등록을 앞두고 있는 C사 주식이 500만원에 몇몇 벤처캐피탈에 팔린 것도 같은 맥락. ‘시가총액이 이 정도는 되는 기업’이라는 판단 때문에 아깝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들의 눈에는 웬만한 대그룹보다 유망 벤처기업이 훨씬 가치있는 회사로 비칠지도 모른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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