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에는 돈풍년 거래소기업 자금난

  • 입력 2000년 2월 16일 20시 03분


주식투자자금이 코스닥시장으로 몰리면서 거래소 상장기업들이 주가하락으로 자금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장에서는 벤처에 중점을 둔 정부정책이 제조업을 근간으로 이뤄진 거래소시장의 존립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있다.

▽자금조달 ‘부익부 빈익빈’〓코스닥시장에는 공모주 청약에서부터 돈이 몰려 등록초부터 ‘주식잡기’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거래소기업은 신규상장후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사례가 적지않다.

담배인삼공사는 지난해 10월 해외 주식예탁증서(DR)를 9억5000만달러어치 발행하기로 했지만 시장상황이 좋지않아 발행자체를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가스공사도 1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해외DR 발행을 추진하다가 주가가 안정된 이후에 하기로 했다. 또 시멘트회사인 A사는 지난해 5월경 유상증자를 추진하려다가 주가가 액면가 아래로 떨어지는 바람에 거래소시장을 이용한 자금조달 계획을 접어둬야 했다. 주가가 5000원을 넘어서기를 기다렸지만 이 회사 주가는 아예 액면가의 반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상장사협의회 집계에 따르면 1월중 5개사가 7648억원어치의 유상증자를 실시했을 뿐이다. 지난해 초반 한달에 2조원어치 유상증자를 한 것과 비교하면 10%선에 불과한 것. 지난해 상장사들이 부채비율을 200%이하로 낮춘데다 올해 시설투자 규모가 작아 자금이 크게 필요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주가수준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증자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는 게 상장협 실무자의 분석이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기업들이 정상적으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면 신용도가 떨어질까봐 쉬쉬하고 있어서 밖으로 나타나지 않았을 뿐이지 증시상황 때문에 조달계획 자체를 거둬들인 회사들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대책이 없는 거래소와 금감원〓상장기업의 자금조달 창구인 증권거래소측은 상장사들이 제때 자금조달을 못하고 있지만 시장상황이 불투명해 마땅한 대책이 없다고 호소한다. 정부에서 국민벤처펀드까지 만들어 벤처붐을 조성해 자금과 인력이 집결되는 마당에 ‘굴뚝산업’으로 여겨지는 거래소시장에서 묘수를 찾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거래소기업 중 상당수가 국가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제조업체인데 거래소가 이처럼 자금조달 구실을 못할 경우 제조업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쪽은 입장이 다르다. 자본의 효율적 배분 측면에서 중소 벤처기업이 모여 있는 코스닥시장으로 돈이 몰리는 현상이 대세이고 그렇다고 거래소가 ‘죽는 지경’까지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조영제 금융감독원 현물시장과장은 “벤처육성과 코스닥 성장은 뗄 수 없는 관계”라며 “거래소가 독점적으로 자금조달 창구역할을 하던 시대는 지났기 때문에 거래소와 코스닥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해기자> 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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