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긴급점검上]거래소 수급불안 길어질 듯

  • 입력 2000년 2월 15일 22시 43분


<<심리적으로 강력한 지지선 역할을 했던 거래소시장 종합지수 900선이 힘없이 무너졌다. 그동안 주가조정이 진행 중인 가운데서도 애써 상승추세를 확신하던 펀드매니저들마저 자신감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문제는 이같은 급격한 변동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증권시장이 이제 완전한 조정국면에 들어갔는지, 추가 하락 가능성은 없는지를 긴급 점검해본다>>

▼자금 고갈…수급불안 장기화조짐▼

▽거래소 시장은 추세를 이탈〓개인 외국인에 이어 투신권이 지난주 중반부터 코스닥 종목을 편입하기 시작하면서 거래소시장의 수급이 완전히 깨졌다는 분석이다. 투신권은 한전 포철 등 이른바 거래소시장의 ‘굴뚝종목’을 내다 판 자금으로 한통프리텔 등 코스닥 대표주들을 매입하고 있다.

이날도 장초반 반등세가 나타나자 매수보다는 ‘고가 매도물량’이 급증하면서 오히려 낙폭이 커졌다. 거래소시장은 당분간 지수가 플러스로 반전하더라도 ‘기술적 반등’으로 해석한 투자자들의 매도세를 부추겨 추가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거래소 시장의 수급불안은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해 유상증자 등으로 40조원에 달하는 주식이 신규로 공급됐으나 매수세는 시장관심이 코스닥쪽으로 몰리면서 갈수록 고갈되고 있기 때문.

SK증권 박용선 투자전략팀장은 “지수의 상승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이 확산되면서 그나마 한정된 자금의 코스닥편중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우려한다.

한 펀드매니저는 “당분간 거래소시장은 쳐다보지도 않을 것”이라며 “지수가 웬만큼 떨어지지 않는 한 저점매수도 유보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급등따른 조정…장기전망은 상승▼

▽코스닥시장은 이익실현〓코스닥의 주요종목들의 주가가 1월 폭락 직전 수준까지 회복되면서 ‘이익실현’ 욕구가 커지고 있는 양상. 특히 지난달 17일 이후 20일째 순매수 행진을 펼치던 외국인들도 이날 순매도로 돌아서면서 차익실현에 본격적으로 나섰음을 증명했다.

이날 코스닥시장의 주가급락은 ‘팔 시기를 저울질하는 상황에서 외국인의 순매도 반전이 매도 신호로 작용한 때문’이라는 분석. 이른바 ‘급등에 따른 필연적인 조정’이라는 시각이다.

한편 뒤늦게 코스닥시장에 뛰어들었으나 가격부담 때문에 적극적인 매수를 피하던 투신권들은 이날 주가하락을 내심 반기는 분위기. ‘좀더 떨어지면 사겠다’며 매수타이밍을 늦추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코스닥시장 관계자는 설명했다.

▽조정은 언제까지〓거래소 시장은 당분간 조정장이 불가피한 반면 코스닥시장은 ‘단기적으론 급등락, 장기적으로는 상승추세 지속’으로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진다.

KTB자산운용 장인환사장은 “거래소 시장의 경우 직전 저점인 870선대가 지지선 역할을 할지 여부가 관건”이라며 “이 지수대가 무너지면 800선대 초반까지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수가 반등하더라도 소폭에 그칠 전망이며 이같은 조정장은 다음달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투신권 곧 코스닥편입 나설듯▼

SK증권 박용선팀장은 “코스닥시장은 전고점 부근에서 6조원 이상의 대량거래가 형성된 직후 지수가 하락하고 있다는게 부담”이라며 “에너지가 과도하게 분출하면 통상 신규 자금이 유입될 때 까진 쉬는 게 과거의 경험”이라고 지적했다.

미래에셋 이병익자산운용본부장은 “외국인들이 매도세로 돌아선 게 부담이 되지만 지수가 좀더 떨어지면 투신권이 코스닥 종목을 본격 편입할 것으로 보여 조정이 있더라도 단기에 그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