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전자업체, 해외시장 인터넷판매… 현지달러와 마찰

  • 입력 2000년 2월 12일 20시 07분


해외시장 인터넷판매계획을 검토하던 LG전자 P과장은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닥쳤다. 기존 딜러망과 별개의 유통경로로 인터넷판매를 선택할 경우 돈독한 거래관계를 유지해온 현지 딜러들과의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

딜러조직이 약한 지역에 국한해 인터넷판매를 우선 도입하는 방안도 생각해봤으나 대부분이 아직 인터넷경제가 활성화되지 않은 중후진국이라 도입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시장에 인터넷판매를 도입하되 전면적인 실시 대신 딜러들의 ‘심기(心氣)’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국내시장에 이어 해외시장에서도 인터넷판매를 도입하려는 가전회사들의 공통된 고민거리는 ‘어떻게 하면 현지 딜러망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느냐’는 점. 딜러를 생각하자니 인터넷판매를 도입하기 곤란하고 그렇다고 세계적인 추세인 전자상거래를 활용하지 않을 수도 없어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묘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빠르면 다음달부터 해외지역 인터넷판매를 시작하기로 최근 방침을 정했다. 일단 미주본사의 홈페이지에 쇼핑몰 기능을 추가시킬 계획인데 PC 디지털카메라 DVD플레이어 MP3플레이어 등 멀티미디어 및 디지털 관련 제품이 주요 품목. 삼성전자 관계자는 딜러와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TV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 일반 가전제품은 취급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시장점유율이 낮은 품목과 첨단 디지털제품을 중심으로 인터넷판매를 시작한다. 김영규 정보화담당 부장은 “기존 딜러망이 약한 지역은 인터넷판매를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면서 “딜러망이 잘 구축된 지역에서도 딜러와의 갈등이 적은 첨단 디스플레이 제품 판매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또 인터넷으로만 파는 전용제품 개발도 추진중이다.

지난해 8월 쇼핑몰(www.sony.co.kr)을 개설해 현재까지 10억원 어치 가량을 판매한 소니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판매는 미래시장에 대한 준비의 성격이 강하다”면서 “200여가지 품목을 인터넷에 올려 놓았으나 대부분 정상가격에 판매하며 대리점에서도 취급하는 제품은 가까운 대리점에 연결시켜주는 방법으로 딜러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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