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회계감사권, 삼일-안진 수주경쟁

  • 입력 2000년 1월 27일 19시 14분


‘삼성전자를 잡아라.’

국내 양대 회계법인이 국내 최대의 자산을 가진 삼성전자를 상대로 치열한 수주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 해 수십억원대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데다 국내 최고기업을 감사한다는 상징성이 엄청나기 때문.

현재 삼성전자의 회계감사를 맡고 있는 곳은 20여년 동안 부동의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는 삼일회계법인. 과거에는 ‘상장사는 5년마다 감사법인을 변경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으나 5공 정권 들어 자유경쟁체제로 바뀌면서 삼일이 20여년 동안 삼성전자와 회계감사계약을 맺으며 독점해왔다.

▼ 삼일 20여년간 감사독점 ▼

그러나 지난해 ‘빅5’에 속해 있던 세동경영회계법인과 안진회계법인이 합병해 새로 안진회계법인으로 출범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합병으로 삼일에 육박하는 외형을 갖춘데다 지난해 삼성생명 회계감사권을 획득한 여세를 몰아 삼성전자에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

세동은 98년 은행권 및 정부 부처 경영평가 시장에서 잘 닦은 인맥을 적극 활용해 수주전에서 삼일에 밀리지 않는 뚝심을 과시하기도 했다.

▼ 안진 덩치키우고 도전 ▼

안진은 현재 국내 5대 메이저업체 중 유일하게 외국 메이저 회계컨설팅업체(아서 앤더슨)와 ‘월드파트너십’을 맺은 상태. 상무급 이상 파트너들이 국내에서 올리는 수익까지 전세계적인 차원에서 관리, 분배한다. 안진측은 “단순히 외국 메이저업체의 이름을 빌리는 수준을 넘어 선진업체와 깊숙한 정보공유 네트워크를 구축한 점이 장점”이라고 주장한다.

회계감사료는 대개 자산기준으로 결정되는 것이 상례. 삼성전자는 23조원대(99년6월 현재)의 자산을 가진데다 자회사만도 1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회사를 결합시키는 결합재무제표 작성시 또 다른 특수를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

삼성전자는 다음달 주총에 앞서 회계감사 법인을 고를 것으로 보여 회계법인들의 ‘물밑 전쟁’은 점차 달아오를 전망이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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