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오른 벤처기업들, 연말 특급호텔 '독식'

  • 입력 1999년 12월 13일 19시 56분


코스닥시장의 폭발적 활황으로 떼돈을 벌고 있는 벤처기업들이 연말 호텔가를 ‘점령’하다시피 하고 있다. 요즘 서울 강남의 고급호텔가는 송년회나 세미나 등 각종 행사를 갖는 벤처기업들로 크게 붐빈다.반면 ‘군살빼기’에 여념이 없는 대기업들은 아직 호텔 이용을 자제하는 분위기. 호텔가에서도 ‘대기업에서 벤처기업으로의 바통터치’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벤처 밸리’로 불리는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 인접한 르네상스서울 인터컨티넨탈 호텔 등에는 지난달부터 벤처기업들이 갖는 모임이 부쩍 늘었다.

르네상스서울 호텔의 경우 이달 들어 연회장 사용횟수의 25%를 벤처기업이 차지할 정도. 지난주만 해도 C사 D사 등 코스닥시장을 통해 이름이 알려진 벤처기업들이 이 호텔을 이용했다.

이에 따라 호텔 판촉담당 직원들 사이에는 벤처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불붙었다. 이전에 없던 ‘벤처기업 담당자’까지 앞다퉈 만들었다.

르네상스서울 호텔의 연회판촉부 김영수(金英洙·40)과장은 1년전부터 벤처기업을 맡아 꾸준히 공을 들여왔다. 아침마다 전자관련 신문을 탐독하고 컴퓨터 잡지 등을 매달 구독한다. 벤처기업 관련 행사가 나오면 빠짐없이 참석해 ‘얼굴’을 알린다.

김과장은 “벤처기업들은 신생기업이다 보니 호텔을 잘 이용할줄 몰라 세미나에 대한 기본패턴 일정관리까지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호텔업계에서는 벤처기업이 성장성을 갖춘데다 새로 뚫기가 힘든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략하기 쉽다는 매력까지 갖춰 ‘시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벤처기업과는 대조적으로 요즘 호텔가에는 대기업들의 모습이 통 보이지 않는다. 97년말 IMF 관리체제 이후 호텔 이용을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

현대그룹의 경우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이 직접 참석하는 아산재단의 효행대상 행사를 97년까지는 호텔에서 가졌으나 작년부터는 계동사옥에서 열고 있다.

올해 큰 폭의 흑자를 낸 삼성전자나 LG그룹 등도 자체 연수원을 이용하면서 ‘호텔 출입’을 삼가는 상태.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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