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우승' 한화, 그룹부활 확인한 '쾌거'

  • 입력 1999년 10월 31일 20시 17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이 열리던 지난달 29일 저녁 잠실야구장.

9회말이 끝나고 한화의 첫 우승이 확정된 순간, 김승연(金昇淵)한화회장을 비롯한 한화가족들이 자리잡은 3루측 관중석은 환호와 눈물의 바다가 됐다. 한 직원은 “우승이 결정된 순간 모두가 재작년 이후 그룹이 극심한 경영난에 몰렸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한화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지난 1년여간 혹독한 구조조정을 해야 했던 그룹의 부활을 확인하는 ‘축포(祝砲)’였다. 대규모 사업확장으로 인한 높은 부채비율로 한화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몰렸고 97년 하반기 시중에는 “한화그룹이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루머까지 나돌았다.

그러나 1년여 뒤 한화는 멋지게 재기했다.

물론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전제됐다. 한화에너지를 현대에 넘기고 알짜배기 베어링 부문을 독일 FAG에 팔아야 했다. 석유화학 바스프우레탄 등 ‘돈될 만한’것은 아낌없이 팔아치웠다. 김회장은 “마취를 하지 않은 채 폐를 잘라내는 심정”이라고까지 표현했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았다. 다른 그룹들이 뒤늦게 구조조정에 쫓길 때 한화는 ‘모범적 구조조정 기업’으로 청와대 초청까지 받았다.

한 직원은 “작년 7등에서 올해 우승으로 올라선 게 마치 ‘지옥에서 천당으로’ 역전된 그룹 현실을 대변해주는 것 같다”며 감격해 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