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돈 '脫코리아' 심상찮다…석달새 24억달러 유출

  • 입력 1999년 9월 30일 19시 42분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에서 주식을 몇달째 계속 팔아치우면서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급등하는 등 ‘외국인 변수’가 국내 금융시장의 새로운 교란요인으로 떠올랐다.

금융계는 대우사태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이 조기에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외국인들의 국내시장 이탈을 가속화시켜 가까스로 회복기에 접어든 우리경제가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을 떠나는 외국인〓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들어 15일까지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은 15억달러가 들어오고 22억달러가 빠져나가 7억달러의 순유출을 기록했다.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은 6월부터 순유출로 돌아서 불과 3개월 보름동안 24억1200만달러가 추가로 빠져나갔다.

순유출 규모는 △6월 9600만달러 △7월 3억900만달러 △8월 13억7000만달러 등 시간이 갈수록 확대되는 양상.

이들이 주식 매각대금을 본국으로 송금하기 위해 달러로 바꾸는 액수가 많아지면서 한때 안정세를 보였던 원―달러 환율도 급격히 오르고 있다. 6월말 달러당 1150원대까지 떨어졌던 환율은 29일 1217.70원으로 높아졌다.

▽전망은 더 비관적〓외환딜러들은 주식투자자금의 순유출보다는 국내에 진출해있는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싱가포르 홍콩 등 역외시장(NDF)에서 원달러 선물환을 앞다퉈 사는 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외환딜러들은 “외국 금융기관들이 선물환을 매입하는 것은 국내 보유주식을 팔아치우기에 앞서 향후 환율상승에 따른 환차손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 국내 주식을 계속 팔겠다는 의사표시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환은경제연구소 신금덕(辛金德)동향분석팀장은 “주가의 추가하락과 외국인 자금이탈이 맞물려 악순환을 확대 재생산시키는 불길한 시나리오로 이어질 소지가 크다”며 “대우사태의 조기처리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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