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860線대 폭락]기관들도 “팔자” 하락 부채질

  • 입력 1999년 9월 29일 19시 49분


‘호재는 없고 악재만 쌓인다.’

29일 주식시장은 매수세력이 실종된 가운데 종합주가지수가 연 4일째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860선으로 수직하락하는 폭락장이 펼쳐졌다.

대우쇼크 이후 시장인기주로 부상한 반도체 유화 철강관련 주식들마저 동반하락하는 등 투자심리는 극도로 위축되는 양상.

▼연 4일째 큰폭 하락▼

증권전문가들은 “장세반전의 계기가 될 만한 대형호재가 터지지 않는 한 지수는 단기적으로 직전 저점인 840선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극도로 위축된 장세분위기〓이날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돌출악재는 전철환(全哲煥)한국은행 총재의 ‘통화긴축 시사’ 발언.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의 워싱턴 합동연차총회에 참석중인 전총재는 28일 한 기자간담회에서 “내년도 국내 물가가 불안해 통화신용정책을 재조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이 이같은 전총재의 발언을 ‘통화긴축→금리인상→주가하락’의 악순환으로 인식하면서 금융시장 불안으로 가뜩이나 위축된 투자심리가 더욱 오그라들어 이날 주가가 폭락한 것.

▼"840선까지 내릴듯"▼

삼성증권 김군호(金軍鎬)투자전략팀장은 “금리상승추세가 꺾이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당국이 실제로 통화긴축기조로 선회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이는데도 시장충격은 상당히 컸다”고 말했다.

▽매수세력의 실종〓외국인들은 이달들어 28일까지 1조3684억원을 순매도했다.

▼‘통화긴축발언’악재▼

장인환(張寅煥)KTB자산운용사장은 “달러화가치 하락과 미국증시의 약세 반전으로 외국인투자자들이 연일 차익매물을 던지고 있다”며 “이런 매도공세는 연말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나마 장세버팀목이었던 기관투자가들도 매도대열에 가세했다. 기관들은 이날 무려 130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는 등 27일 이후 연 사흘째 매도공세를 펼쳤다.

투신사의 경우 ‘조기 구조조정설’이 나돌면서 유동성확보를 위해 회사계정으로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주로 팔았다. 특히 대우사태 이후 간접투자자금 유입이 현격히 줄어들면서 매수여력이 거의 고갈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매수세력 실종됐다"▼

▽전망은 불투명〓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이병익(李炳益)펀드매니저는 “대부분의 펀드운용자들이 저점매수전략보다는 수익률을 고정시키는 리스크관리중심의 운용에 치중할 것”이라며 “이는 당분간 매도전략에 비중을 두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의 실적이 워낙 좋은 탓에 폭락사태까지 발생하지는 않겠지만 당분간 850∼900선에서 움직이는 약세장이 예상된다”고 전망.

장인환사장도 “외국인의 매도공세가 지속되는 한 상승추세로의 반전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잘라 말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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