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프라이스制 한달]대부분 상품 백화점마다 가격 같아

  • 입력 1999년 9월 29일 18시 40분


정부가 의욕적으로 시작한 오픈 프라이스 제도가 겉돌고 있다.

유통업체가 제품가격을 정하도록 하는 오픈 프라이스제는 시행 한 달이 다되지만 전혀 정착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정부도 시행이후 업체에 대한 지도 계몽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12개 품목의 제품 가격이 유통업체별로 차이가 날 것이라던 정부의 당초 예상과 달리 대부분 업체마다 대동소이(大同小異)한 것으로 나타나 공연히 소란만 떨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9일 본보 취재진이 12개 품목 가운데 7개 품목 10개 제품을 무작위로 추출, 서울 시내 5개 백화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전제품에서만 약간의 가격차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전을 제외한 신사복 숙녀복 아동복 운동화 등 4개 품목 7개 제품 가운데 6개 제품은 모든 백화점의 가격이 100원 단위까지 같은 것으로 조사됐다.

가전제품의 경우 유통 구조의 특성상 오픈 프라이스제 시행 이전에도 업체별로 차이가 있었으며 백화점별 가격 차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

조사에 참가한 한 백화점 관계자는 “이번 조사에 포함되지 않은 나머지 5개 품목 제품도 비공식 확인결과 대부분 가격이 같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픈 프라이스 도입으로 유통업체간 가격 경쟁이 격화돼 소비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던 정부의 정책목표는 전혀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백화점 한 관계자는 “가격 결정권이 제조업체에서 유통업체로 빠르게 이동할 것이라던 전망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며 “유통 구조상 제조업체가 힘의 우위를 갖는 현재의 상황이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