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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9월 12일 17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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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일부 투자자의 경우 상장폐지종목인줄도 모르고 싼값에만 끌려 매수했다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속출하는 가운데 13일부터 10개 종목이 추가로 정리매매에 들어가 투자자들의 주의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
정리매매는 증권거래소가 부도로 회생가능성이 없는 회사에 대해 상장폐지 결정을 내린 후 이들 종목의 투자자들을 위해 상장폐지 직전 한달(매매일 기준) 동안 보유주식을 처분할 기회를 주는 조치를 말한다.
▽‘불붙은’ 정리매매종목〓12일 현재 정리매매중인 회사는 거성산업 한국물산 중원 신화 등 4개사, 6종목(우선주 2종목 포함). 지난달 13일 상장폐지가 확정됐으며 다음달 1일까지 정리매매후 10월2일 상장폐지되는 업체들이다.
이들 회사 주식의 하루 거래량은 상장폐지 결정전 수천∼수만주에 불과했으나 지난달 19일 정리매매에 들어가자 거래량이 수십만주로 급증했다.
신화의 경우 10일 하루동안 무려 66만8000주가 거래됐으며 한국물산과 중원도 거래량이 38만∼47만주에 달했다.
정리매매 종목의 주가도 폭등세. 지난달 19일 이후 10일까지 4개 종목의 평균 주가상승률은 395%. 거성산업(1우)의 경우 주가가 130원에서 1190원으로 무려 815%, 한국물산(1우)은 170원에서 1500원으로 782%나 폭등했다. 이 기간중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은 10.4%에 그쳤다.
▽거래가 급증하는 이유〓증권전문가들은 “‘투기적 목적’이외엔 상장폐지 결정 종목의 매매 급증 현상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진단하고 있다. 싸게 샀다가 제때 팔고 빠지면 높은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다는 한탕심리가 횡행하고 있다는 설명.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이종우(李鍾雨)연구위원은 “정리매매종목은 상하한가 제한폭이 없기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하루에도 몇배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며 “주식값이 워낙 싸기때문에 ‘손해봐도 그만’이라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 피해속출〓투자자 A씨는 1일 주당 400원에 한국물산(1우)주를 매입한 뒤 주가가 450원으로 오르자 곧바로 매도했다. 상한가에서 매도한줄 알고 ‘즐거워하던’ A씨는 며칠후 한국물산(1우)주가가 5500원까지 급등하자 ‘괜찮은 주식’으로 착각하고 주당 5000원에 추격매수했다. 그러나 이 주식은 폭락세로 돌아서 8일엔 1050원까지 떨어졌다.
정리매매종목은 상하 15%의 가격제한폭이 없기때문에 100원짜리 종목이 하루에 1000원, 2000원으로 급등할 수 있고, 그 반대로 폭락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A씨는 “인터넷으로 매매주문을 내다보니 한국물산이 상장폐지를 앞둔 정리매매 종목인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하락폭이 너무 커 매도기회를 놓쳤다”며 허탈해 했다.
문제는 13일부터 10월26일까지 영진테크 태영판지공업 엔케이텔레콤 동국전자 대한중석 한라시멘트 태흥피혁공업 피앤텍 유성 신호전자통신 등 10개 종목이 추가로 정리매매에 들어간다는 점. 투기꾼들에겐 ‘대박을 노릴 만한 호기(好機)’이지만 선량한 투자자들에겐 ‘투자주의령’이 내려진 셈이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