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주가조작 왜 했나]李회장 '성과'올리려한듯

  • 입력 1999년 9월 1일 19시 28분


현대증권은 왜 현대전자의 주가를 조작했을까.

이 문제는 이 사건의 ‘성격’을 좌우하는 핵심 쟁점이다. 만일 현대가 그룹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주가를 조작했다면 그룹 최고위층까지 이 사건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현대증권 이익치(李益治)회장이나 박철재 상무가 독자적으로 주가조작을 시도했다면 이 사건의 최종 책임과 처벌은 이들 선에서 끝날 수 있다.

검찰 수사결과로 보면 이 사건은 이회장의 개인적 의도와 목적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현대증권이 현대전자 주식과 직접 ‘관련’을 맺은 것은 지난해 3월18일이다. 현대증권은 당시 현대전자가 발행한 2500억원 상당의 전환사채(CB)를 인수했다. 전환사채는 발행당시는 채권이지만 일정기간이 지나면 주식으로 바꿔 팔 수 있는 채권이다. 전환사채를 매입하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채권으로 계속 가지고 있으면서 이자를 받으면 되고 주가가 크게 오르면 주식으로 바꿔 팔 수 있다.

그러나 전환사채는 이자율이 낮아 증권사같은 기관투자가들은 계속 가지고 있으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현대증권 입장에서는 현대전자 주가가 크게 올라야만 이를 주식으로 전환하거나 다른 회사에 비싼 가격으로 팔아 이익을 남기게 된다.

그런데 현대증권이 현대전자의 전환사채를 인수한 이후 현대전자 주가는 2만원 이하에 머물렀고 현대증권은 주식으로 전환할 수가 없었다.

검찰은 현대증권이 이 전환사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가조작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증권은 이를 통해 1000억원 이상의 차익을 챙겼으며 이는 지난해 현대증권 순익의 절반을 차지했고 이로 인해 이회장은 그룹내에서 경영성과를 인정받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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