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금융권 개혁대책]30대 재벌 금융지배 못한다

  • 입력 1999년 8월 18일 18시 52분


30대 재벌은 앞으로 제2금융권 진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이미 진출한 제2금융권에 대한 지분도 단계적으로 처분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정부가 18일 내놓은 제2금융권 지배구조개선안은 5대 재벌의 제2금융권 지배를 차단, 사금고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됐다.

IMF사태이후 상대적으로 우수한 신용과 자금력을 바탕으로 계열 금융기관을 급속히 키워온 5대재벌은 여기서 끌어모은 자금으로 부실계열사를 은밀히 지원하는 등 구조조정에 역행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이들은 특히 거대자본의 힘으로 금융자본을 지배하면서도 비상장사라는 이유로 자산운용에 있어 별다른 제한을 받지 않아 사실상의 재벌 사금고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를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차원에서 나온 이번 조치는 지나치게 규제일변도의 내용인데다 부작용이 예상되는 부분도 적지 않아 향후 집행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고되고 있다.

▽산업자본의 소유지분 제한 검토〓제2금융권이 은행과 달리 재벌을 중심으로 한 산업자본의 사금고로 전락할 처지에 놓인 것은 근본적으로 소유지분에 대한 제한이 없기 때문.

하지만 이미 취득한 지분을 부실여부와 관련없이 제한하는 것이 위헌의 소지가 있고 규제완화 등의 최근 추세와도 상충하므로 중기 과제로 설정해 시간을 두고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소유지분을 제한할 경우에도 이미 지분을 갖고 있는 산업자본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수년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지분축소를 유도하겠다는 것.

이에 따라 30대재벌의 금융업 신규진출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배구조의 획기적 개선〓은행마다 사외이사의 수가 작년 은행법 개정 이후 전체이사수의 절반을 넘었다. 제2금융권에도 법개정직후 25%이상을 사외이사로 채우고 2년경과 후에는 절반 이상으로 확대한다.

은행권의 사외이사는 대주주로부터의 독립성과 실질적인 권한 및 혜택이 없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중립적인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활용하거나 기관투자가에 추천권을 부여해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사외이사에게 주요 정보에 대한 접근 및 자료요구권 등 권한을 부여하는 한편 스톡옵션 비중을 높여 철저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감사 1인을 둬 이사회를 견제하게 하는 현행 감사제도는 실효성이 의문시돼왔다. 올 연말 상법개정으로 감사위원회제도가 도입되면 은행과 함께 수탁고 10조원 이상 투신, 총자산 2조원 이상 보험, 총자산 3조원 이상 종금, 자기자본 5000억원 이상 증권, 총자산 5000억원 이상 금고 등 일정규모 이상의 금융기관은 이를 의무적으로 도입토록 한다.

투신사 및 보험사에는 법규준수여부 및 주주에 대한 부당지원 내부행위를 감독하는 법규감독관을 도입해 이사회나 신설되는 감사위원회 아래에 둘 방침이다.

▽계열사에 대한 차단벽 강화〓제2금융권에 한해 계열의 의미를 공정거래법보다 확대한다.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주주뿐만 아니라 총수탁고의 25% 이상을 판매하는 판매사의 계열사까지 ‘관련계열’로 규정해 관련계열이 발행한 투기등급의 회사채나 기업어음(CP)에 대한 투자를 금지하고 자기계열에 대한 투자 및 대출한도를 낮춘다.

보험사의 경우 자기계열 투융자한도를 자기자본의 100%로 규제하거나 현행 총자산의 3%에서 1∼2%로 낮추며 투신사는 자기계열 주식투자한도를 10%에서 7%로 하향조정한다. 장기적으로는 이같은 투자 및 대출을 아예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경영의 투명성 제고〓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투신사의 경우 투기등급 채권에 대한 투자여부 및 비중, 관련계열 유가증권에 대한 투자비중 등을 투자자에게 자세히 공시해야 한다.

그룹계열사 비금융전문가의 금융기관 임직원 취임이 연내에 제한된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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