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투신권 자금압박 심각…수익증권 환매 급증

  • 입력 1999년 8월 12일 19시 27분


대우그룹이 발행한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의 부실화 우려로 공사채형수익증권 고객들의 환매요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어 증권 투신권이 심각한 자금압박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환매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12일 한국은행과 투신업계에 따르면 투신사 공사채형 수익증권 잔고는 지난달 19일 이후 20여일만에 무려 11조원 가량이 빠져나간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10일부터는 개인들의 환매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하루 1조∼2조원의 자금이 이탈하는 등 상황이 더욱 나빠졌다.

환매급증에 따른 영향을 먼저 받는 곳은 수익증권 판매에 주력해 온 증권회사. 대형 증권사들은 최근 하루 평균 4000억원대에 이르는 돈을 고객들에게 내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수익증권을 운용하는 투신사로부터 이를 보전받지 못하고 있어 유동성이 크게 달리는 형편.

한 대형증권사 임원은 “환매를 요구하는 고객을 진정시키느라 바쁘다”며 “일부 증권사는 일시적으로 환매요구를 들어주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7월중 공사채형 수익증권 잔고가 줄어든 것은 주가 강세에 따라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 돈이 옮겨갔기 때문이지만 최근의 잔고 감소는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환매가 계속될 경우 투신사들은 상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채권을 내다팔 수밖에 없고 이는 ‘금리상승→증시자금 이탈→주가폭락’으로 이어져 자칫 자본시장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

정부도 바빠졌다.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잇따라 합동회의를 갖고 대책을 마련해놓았으며 발표시기만 남겨두고 있다.

이헌재(李憲宰)금감위원장은 12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우 회사채 및 기업어음으로 일어날 수 있는 금융시장 문제에 대한 모든 검토를 마쳤다”며 “(시장)상황에 맞춰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정부는 최근 금리상승 압력이 투신사의 현금압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고 조만간 투신권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지원대책 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금융시장 불안을 완전히 없앨 만한 것”이라고 말해 대규모 지원책 발표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정경준·송평인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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