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宇파문/전문가들 증시 예보]주가 당분간 900선 등락

  • 입력 1999년 7월 26일 18시 33분


‘단기―비온 뒤 갬, 중기―흐림, 장기―맑음.’ 전문가들이 내놓은 대우쇼크 긴급대책이후의 주식시장 기상도(氣象圖)다.

증권 전문가들은 대체로 지난 주말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대책이 어느 정도는 효과를 낼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23, 26일 주가 하락폭이 워낙 커 주 중반 반등을 예상해볼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불안심리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투자자들이 반등을 이용해 매물을 쏟아낼 움직임을 보여 앞으로 한두 달간은 종합주가지수 900선 안팎에서 오르내림을 거듭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정부 안정대책 ‘절반의 성공’〓25일 정부가 내놓은 대책에 대한 반응은 약간 엇갈렸다. 한누리증권 오연석(吳煙錫)상무는 “투신권에 대한 무제한 자금지원이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며 “물가불안에 대한 우려와 세수(稅收)문제를 감안할 때 시장에선 선언적 의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강호병(姜鎬竝)책임연구원은 “대우의 구조조정 방안이 실제로 시행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대책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다고 평했다.

그러나 강연구원은 26일 주가속락은 개인들이 공황심리에 빠져 뇌동매매를 했기 때문이라며 이들이 기관들처럼 정부대책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나면 매도세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투자신탁 나인수(羅仁洙)주식운용부장도 “대우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국가적 차원에서 대응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라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저점 분할매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은 팔고난 뒤 쉰다〓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공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 예상 밖으로 ‘대우쇼크’에는 민감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대우증권 국제영업팀 이재용(李在庸)차장은 “외국인들에게 대우사태가 어떻게 풀려나갈 지는 사실 관심 밖”이라며 “최근 일본 엔화강세 지속이 매도의 진짜 이유”라고 말했다.

엔화자금을 빌려 아시아 각국에 투자한 외국인들이 최근 엔화강세로 갚아야 할 돈이 불어나는 것을 우려해 투자자금을 회수하고 있다는 것.

휴가철 공백기간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보유물량을 서서히 처분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차장은 “외국인들은 매년 7월중순 매도했다가 8월말부터 사들이는 행태를 보였다”고 설명.

대신증권 나민호(羅民昊)투자정보팀장은 “외국인들이 꾸준히 ‘팔자’물량을 내놓고 있지만 최근 거래비중이 10%에도 훨씬 못미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가는 당분간 ‘박스권 횡보’〓정부의 공언대로 8월부터 대우그룹 구조조정 작업이 가시화하더라도 반등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

대신증권 나팀장은 “종합주가지수 900선에서 새로 투자에 나선 개인들이 많아 대우문제 해결이 부진할 경우에도 850선 밑으로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이병익(李炳益)펀드매니저는 “단기 주가하락은 870선에서 멈추겠지만 대우쇼크가 투자심리를 억누르고 있는 상황에서 지수가 920∼930선에 이르면 주식을 살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며 900선에서 박스권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투신 나부장도 “종합주가지수가 불과 보름새 20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고 기관들도 매수여력이 충분해 폭넓은 매수세가 형성될 것”이라며 최고 950선까지는 반등할 것으로 예상. 그는 “만약 환율이 더 오르고 9월들어 외국인들이 ‘사자’로 돌아서면 연말까지 1100 이상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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