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車 법정관리 신청…빅딜협상 사실상 무산

  • 입력 1999년 6월 30일 18시 31분


삼성그룹이 4조3000억원에 이르는 삼성자동차의 부채 전액을 떠안기로 하고 30일 부산지방법원에 삼성차에 대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삼성차와 대우전자와의 빅딜은 협상 6개월여만에 사실상 무산됐으며 삼성차는 법정관리후 청산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이대원(李大遠)삼성자동차 부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본관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우와의 협상에서 삼성차 가치산정과 부채처리방안 등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해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독자회생이나 대우 등 제삼자매각을 추진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부회장은 또 “채권단과 협력업체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삼성관계사에 법적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이건희(李健熙)삼성그룹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2조8000억원 상당의 삼성생명 주식 400만주를 삼성차에 출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은 이에 대해 “삼성차는 법정관리 절차를 통한 청산에 착수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제삼자 매각 방안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적다”고 말했다.

이위원장은 “앞으로는 담보를 가진 주채권은행이 삼성차 부산공장 처분 등과 관련해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주요 채무문제를 정리하는데 3개월 가량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회장의 사재출연액 규모는 비상장사인 삼성생명의 주가를 70만원으로 산정해 책정된 것으로 최근 국내 평가기관의 삼성생명 추정평가액이 50만∼15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 사재출연규모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삼성측은 밝혔다.

삼성은 출연주식 일부를 계열사 등에 매각해 협력업체 손실보상(6000억원 추정)에 우선 사용하고 나머지는 채권단에 주식형태로 넘긴 뒤 올하반기 삼성생명 상장이 허용되는대로 현금화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은 또 삼성차의 총부채규모4조3000억원가운데삼성생명 등 금융관계사가 갖고 있는 부채 1조2000억원을 손실처리하고 삼성차 자산가치 1조∼1조5000억원을 감안하면 사실상 부채전액을 삼성이 떠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삼성은 이밖에 삼성자동차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어려움을 겪게 될 부산지역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전자부품사업을 부산에 유치키로 했다.

〈이영이·이용재기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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