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街에 「추가합병 시나리오」솔솔

  • 입력 1999년 6월 28일 18시 57분


요즘 은행가에 잠복해 있는 ‘태풍의 눈’은 단연 제2차 통폐합설. 은행원들은 술자리에서도 선뜻 화제에 올리기를 꺼리지만 내심 가장 궁금해하는 주제다.

시중에 나도는 합병 시나리오에는 은행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하나―한미’ ‘신한―하나’ ‘신한―하나―한미’ 등 후발 우량은행간의 짝짓기나 ‘주택―국민’ ‘조흥―한빛’ 등 선발은행간의 추가합병설이 그것.

하나은행의 경우 일선 점포장들의 소문확인 전화가 본점에 쇄도해 행장이 직접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해당 은행의 고위간부들은 합병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강력히 부인하지만 2차 구조조정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수긍하는 모습.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올 한해동안의 경영성적이 나오는 내년초에는 어떤 식으로든 2차 구조조정론이 고개를 들 것”이라며 “현재 은행 경영진은 ‘유예기간은 1년’이라는 생각으로 외자유치를 통한 몸집불리기,주가 끌어올리기, 수익 극대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1차 구조조정이 정부주도로 이뤄졌다면 2차 구조조정은 ‘생존전략’차원에서 개별 은행이 자발적으로 추진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는 게 금융계의 시각. 외국 금융기관들이 저금리 자금과 획기적인 여신기법 등을 내세워 시장을 잠식해 들어가면 결국 수익성 경쟁에서 한계를 느낀 국내 은행들이 스스로 합병에 나설 것이라는 설명.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2차 구조조정설에 무게가 실리는 것은 국내 은행의 규모가 너무 작고 경영기법도 낙후돼 있어 외국의 일류은행과 경쟁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인식이 폭넓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은행들은 자산규모 세계 100대 은행에 한 곳도 끼지 못한다. 한빛 등 대형 합병은행의 경우 총자산 기준으로 외국 대형은행의 5분의 1∼7분의 1에 불과하며 자기자본 기준으로는 10분의 1 수준.

한국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세계 10대 은행중 5개 은행이 합병을 통해 초대형은행으로 탈바꿈했다”며 “합병 효과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엇갈리지만 국내 은행도 세계적인 추세를 거스르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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