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경협기업, 北 협상조건에 곤혹…총수방북등 요구

  • 입력 1999년 5월 30일 20시 41분


‘대북사업을 하려면 현대만큼은 해야 한다?’

북한측이 최근 국내기업들에 경협의 협상조건으로 현대그룹 수준의 대가를 요구해 기업들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북측은 현대그룹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이 소떼를 몰고 방북한 뒤 대북사업의 대가로 9억4천만달러를 제공키로 한 사례를 거론하면서 다른 그룹에도 총수가 직접 방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총수가 직접 나서야만 ‘거액의 선물’을 포함, 대규모 투자에 대한 결단을 얻어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북한측의 요구와 달리 삼성 LG 등은 “우리는 총수가 직접 나서는 기업문화가 아니다”며 사장급이나 실무급선 협상을 고집하고 있다.

황해도 해주에 50만평 규모의 전자복합단지 조성을 추진중인 삼성그룹은 최근 북측으로부터 방북초청장을 받고 윤종용(尹鍾龍)삼성전자사장 등 방북단 15명을 6월중 평양에 파견할 예정이다.

북한은 이건희(李健熙)회장의 방북을 희망했지만 삼성은 “회장이 직접 나설 사안이 아니다”며 사장단을 파견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북한은 남한의 각 기업을 서로 경쟁시키면서 최대의 이익을 얻겠다는 전략”이라며 “절대 서두르지 않고 상호이익이 되는 경협을 추진한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위탁가공사업을 벌이고 있는 LG그룹도 그동안 중단했던 전자 부품 등 투자사업을 다시 추진중이지만 북한측이 구본무(具本茂)회장의 직접 방문을 희망하고 있어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북한이 높은 수준의 대가를 요구하는 배경에는 국내기업들의 경쟁적인 대북접촉도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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