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기업 생존전략]이젠 「디지털 경영」시대

  • 입력 1999년 5월 19일 19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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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브리티시텔레콤(BT)은 최근 전세계 1천개 기업에 ‘혁신기술을 활용하면 작은 기업이 큰 기업과 경쟁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설문대상 기업중 64%는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BT의 조사를 인용보도하면서 ‘기업규모가 중시되는 시대는 종언을 맞았다’고 분석했다.

미국 할리우드 영화제작사인 루카스필름은 올 여름 개봉할 ‘스타워스’ 속편을 일부 극장에 한해 디지털 데이터로 배급하기로 했다. 영사기 대신 디지털 프로젝터로 영화를 상영하는 것. 1891년 발명왕 에디슨이 막을 연 셀룰로이드 필름의 전성시대도 디지털시대에 들어 위협받고 있다. 이제 디지털경영은 기업에서도 다음 세기 생존방식으로 떠올랐다.

▽선진기업들의 위기감〓‘디지털’바람은 선진기업들 사이에서 더욱 거세다. 마이크로소프트 주최로 18일 시애틀에서 개막된 ‘99년 최고경영자(CEO) 정상회담’에는 38개국 1백20명의 최고경영자가 참가했다. 주제는 ‘디지털시대의 경영전략’. 시장지배자도 한순간에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는 디지털시대의 ‘잠재적 위협’에 선진기업들은 긴장하고 있다.

일본 소니의 이데이 사장은 이 모임에서 “향후 25년은 디지털시대의 폭발기로 상상할 수 없는 변화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앤디 글로브 인텔회장도 “우리는 출구를 알 수 없는 전략적 변곡점에 놓여 있다”며 전혀 새로운 경영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지털시대의 경영환경〓삼성경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아날로그시대와 달리 디지털시대엔 정보 확산이 광속(光速)으로 이뤄진다. 대체기술이나 경쟁사가 단시간에 떠오를 수 있다는 뜻.

정보전달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소규모 기업이나 개인도 글로벌사업을 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컴퓨터 운영체계 ‘윈도’가 핀란드의 학생이 개발한 ‘리눅스’에 도전받는 것이 단적인 사례.

▽디지털시대의 생존법〓목표와 수단을 정해놓는 기존 경영방식을 뜯어고쳐 시장 및 기술, 경쟁사 동향에 즉각 반응하는 ‘조건반사’체제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네트워크의 구전(口傳)효과를 적극 활용하고 디지털정보의 ‘쌍방향 특성’을 감안해 고객과의 ‘일대일’ 마케팅을 강화해야 한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재윤 수석연구원은 “선진기업들은 디지털 표준을 장악, 비싼 로열티를 요구하거나 진입을 막고 있다”며 “선진기업 모방전략을 구사해온 우리 기업들은 생존 한계를 맞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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