證市 주춤…정부가 『쉬어가자』 앞장

  • 입력 1999년 4월 29일 19시 49분


숨이 찰 정도로 초고속으로 상승하던 종합주가지수가 800선을 눈앞에 두고 29일 큰폭으로 떨어졌다.

단기급등으로 주가조정에 대한 경계심과 기대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정부의 대형 펀드에 대한 규제강화 및 보유주식 매각 검토 등 ‘쉬어가자’는 신호가 잇따라 나오면서 하락폭이 의외로 커졌다.

증권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상승추세는 여전히 유효하다”면서 “당분간 800선을 넘어서기보다는 한두달 정도 800선을 저항선으로 소폭 등락을 거듭하는 조정장세가 이어지다가 다시 무서운 기세로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제는 중소형주 시대?〓29일 주식시장에서는 종합주가지수가 37포인트 이상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오른 종목은 5백개에 육박했다. 반면 내린 종목은 3백여개로 오른 종목보다 훨씬 적은 기현상을 보였다. 지수변동에 큰 영향을 끼치는 핵심 블루칩과 증권 은행주들이 큰폭으로 하락하면서 지수를 끌어내렸기 때문. 관망세를 보이고 있는 기관투자가와 외국인들을 대신해 순매수세를 보인 개인투자자들이 실적호전이 예상되는 중소형주를 사들였다.

▽정부 움직임이 복병〓대형펀드 운용실태 조사, 한빛 조흥은행 주식매각 검토 등 정부의 잇단 조치들도 종합주가지수 800선 돌파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까닭은 부실은행 출자, 한국통신주식 상장 등으로 정부가 증권시장의 ‘숨은 강자’로 떠올랐기 때문. 정부의 상장회사 주식보유비율은 97년말 6.6%에서 작년말 17.3%로 급증한데다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20%에 육박하고 있어 단순비교만으로는 외국인의 영향력을 능가한다.

따라서 정부가 재정적자를 벌충하기 위해 보유주식을 쏟아낸다면 메가톤급 악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 그러나 증권업계는 이같은 일련의 정부조치가 과열증시를 경계하는 신호일뿐 당장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거품인가?〓단기적으로 과열징후를 보이고 있지만 장기적인 상승추세는 아직 훼손되지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

대신경제연구소 박만순(朴萬淳)수석연구원은 “현 장세가 하반기에 기업들의 실적호전으로 인해 주가가 오르는 실적장세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거품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단순히 주가가 단기급등했다고 해서 과열로 단정지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삼성투신운용 김영덕(金永德)운용본부장은 “최근 증시활황은 채권수익률보다 주식투자 수익률이 높아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과열로 볼 수 없다”며 “대세상승 국면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사소한 악재에 현혹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정경준·이용재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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