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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4월 22일 20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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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대한항공 사고의 최고책임자인 조양호(趙亮鎬)사장이 회장으로 ‘승진’한 것은 족벌경영체제는 존속시키면서 경영혁신을 추진하겠다는 ‘소극적 개혁의지’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족벌경영 그대로 유지〓대한항공은 조중훈(趙重勳)회장이 퇴진하고 조양호사장이 회장직을, 심이택(沈利澤)부사장이 사장직을 맡는 등 경영진 교체폭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이번 사태를 마무리지었다.
그러나 조중훈회장은 대한항공 회장직에서만 물러났을뿐 한진해운 한진중공업 등 나머지 10개 계열사의 회장직은 유지함으로써 그룹회장으로 경영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당초 거취에 관심이 쏠렸던 조남호(趙南鎬)한진건설부회장 등 조중훈회장의 나머지 세 아들이 현직에 남아 있어 족벌경영체제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또 조양호회장은 전경련 및 국제업무 등 대외적인 업무만 담당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기업의 최고경영자인 대표이사 회장으로 ‘승진’한 것 자체가 경영책임에 대한 문책이라고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많다.
▽대한항공 경영혁신 가능할까〓정부는 일단 “조중훈회장이 완전퇴진한 것만 해도 큰 변화”라며 “심사장의 선임은 현실적으로 최선의 대안이었다”는 반응이지만 실질적인 경영혁신이 가능할지 여부는 미지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한항공은 심사장에게 경영전권을 위임하겠다고 밝혔지만 오너가 영향력을 행사하면 월급쟁이 사장으로서는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 한국적 기업현실이기 때문.
특히 심사장은 97년 대한항공 괌사고 때 유족대표단에 뇌물을 준 혐의로 구속되는 등 조회장 일가의 수족역할을 해온 인물이어서 어느 정도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외부인 영입주장 제기〓대한항공은 항공업계 특성상 항공분야를 잘 아는 내부 인사의 기용이 불가피했다고 밝혔지만 정부와 재계 일각에선 아예 외부인사를 영입했어야 했다는 주장도 많다.
80년대 중반부터 사고가 빈발한 델타항공은 “델타를 없애라”는 여론이 들끓고 회사가 파산직전에 이르자 97년 금융전문가 레오 물린을 최고경영자로 영입했었다. 그는 항공기능사 전원에게 미 연방항공청의 안전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등 ‘상식적인’수준에서 안전문제를 처리, 취임후 인명사고가 단 한건도 없었으며 작년엔 10억달러의 순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영이·황재성기자〉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