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청문회]증언으로 재구성해 본 IMF 전말

입력 1999-01-27 19:30수정 2009-09-24 12:56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25일부터 27일까지 3일간 계속된 경제청문회의 증인 및 참고인 신문을 통해 97년 IMF행을 결정하기까지 급박한 상황의 전말이 드러나고 있다.

한국은행은 10월28일 청와대 재정경제원 등 3자 대책회의에서 ‘최근의 외환사정과 대응방안’이란 주제로 2단계 비상대책을 보고하며 외환위기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러나 강경식(姜慶植)전경제부총리는 보고내용을 경시했다.

10월30일 종금사들이 자체자금조달을 못해 한국은행이 긴급외화자금을 지원하는 등 상황이 더욱 절박해졌다. 한은 간부들은 11월7일 김인호(金仁浩)전청와대경제수석 주재의 3자 대책회의에서 ‘외화유동성 사정과 대응방안’이란 보고서를 통해 IMF행의 불가피성을 공론화했다. 이경식(李經植)전한은총재는 이때부터 실무자들과 보조를 맞췄다.

11월9일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3자 대책회의의 결론에 대해서는 증언이 다소 엇갈린다.

윤증현(尹增鉉)전재경원금융정책실장과 윤진식(尹鎭植)전청와대비서관은 이날 회의에서 이전총재와 윤전비서관이 “IMF행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주장하자 강전부총리가 부정적이거나 짜증스러운 태도를 취했다고 증언했다.

반면 강전부총리와 김전수석은 “IMF와 같은 얘기는 공개적으로 논의할 수 없는 사항으로 이날 저녁 둘이서 IMF문제에 대해 대충 얘기를 끝냈으며 다음날인 10일 김전대통령에게도 IMF행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윤전비서관은 9일 만난 홍재형(洪在馨)전경제부총리로부터 “IMF로 가는 게 첩경”이라는 말을 듣고 10∼12일 김전수석에게 IMF행을 수차례 건의했으나 먹혀들지 않았다.

이 사이 홍전부총리가 10, 11일 두차례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12월, 1월이면 외환이 바닥난다. IMF로 빨리 가야한다”고 말했고 이는 김전대통령이 외환위기의 실체를 체감케 한 계기가 됐다. 12일 윤전비서관은 김전대통령을 독대해 IMF행을 간곡히 건의했다.

이처럼 김전대통령의 마음이 굳혀진 상황에서 강전부총리도 결국 13일 3자 대책회의에서 IMF에 금융지원을 요청키로 결론을 내리고 14일 대통령 재가를 받은 뒤 16일 캉드쉬IMF총재와 비밀협상을 벌였다.

강전부총리는 19일 전격 경질됐으며 후임 임창열(林昌烈)전부총리와의 인수인계 혼선으로 21일에야 IMF에 구제금융을 공식 요청하게 됐다.

〈이원재기자〉wjlee@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