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현대-LG 두 총수 전격 회동

입력 1999-01-04 19:59수정 2009-09-24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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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통합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대의 정몽헌(鄭夢憲)회장과 LG그룹의 구본무(具本茂)회장 두 총수가 4일 전격 회동했다.

반도체 경영주체 평가를 맡은 미 아서 D리틀(ADL)의 보고서가 나온 이후 양 그룹 총수가 만나 의견 절충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로선 LG측이 매사추세츠 소재 법무법인을 선정해 ADL에 대한 제소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현대측도 ‘7대3 통합안’에서 한발짝도 물러나지 않고 있으나 이번 회동이 타협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총수회동은 ‘전초전’〓4일 오후 두 그룹 총수의 회동은 전경련이 중재한 것으로 이 자리엔 손병두(孫炳斗)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과 양그룹의 구조조정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총수회동은 지난해 12월29일 김우중(金宇中)전경련회장과 양그룹 구조조정본부장 회동 이후 처음 열린 양그룹 접촉. 김회장은 “총수의 직접 대면이 중요하다”고 양측을 설득해 이날 회동을 이끌어냈다고 손부회장은 설명.

전경련이 중재안을 제시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중재에 나설 전경련이 미리 답안을 제시할 수는 없다”고 부인. 그럼에도 전경련이 중재안을 마련해 조심스럽게 제시한 것으로 주위에선 관측.

채권은행의 신규여신 중단결정 때까지 기세등등했던 정부는 일단 한발 빠진 채 전경련 중재를 지켜보는 입장이지만 손부회장이 수시로 금융감독위원회를 찾아가 협상진전상황을전달하고 있어 통합결렬조짐이 보일 경우 재차 ‘칼’을빼들가능성이 농후하다.

전경련측은 “총수가 만나지만 구체적인 합의안이 나올지는 장담할 수 없다”며 조심스런 태도. LG반도체는 이미 미 법무법인을 선정, 제소절차를 진행시키고 있다. 그러나 현대측은 “ADL합의서를 인정하지 않는 한 대안을 있을 수 없다”는 강경자세를 고수.

▽급부상하는 ‘대안’들〓통합협상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반도체 업계에서는 경영체제에 당장 큰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통합 시너지효과를 도모하는 다양한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첫째가 양사를 부문별로 통합하는 방안. 업계의 한 관계자는 “양사를 제품 개발과 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두 회사로 기능별로 분리, 별도법인으로 처리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개발과 생산을 양사가 나눠 맡되 한 회사처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한다는 것. 이 방안은 최근 세계 반도체산업 추세가 생산설비없이 설계 기술만으로 사업을 하는 ‘팹리스(Fabless)’업체와 주어진 설계 공정대로 위탁 생산만 전담하는 ‘파운드리(Foundry)’업체로 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연구개발(R&D)분야를 먼저 통합해 새로운 회사를 만드는 방안도 유력한 대안. R&D 분야를 통합해 협력 관계를 다진 후 양사가 이미 투자를 끝낸 2백56메가D램의 설비를 가동시켜 투자비를 뽑게한 뒤 나머지 부문을 통합하자는 방안이다.

일정기간 지켜본 후 경영주체를 결정하자는 ‘판단유보안’도 나온다.

하지만 이미 경영권을 반쯤 확보한 현대의 입장에선 경영주체 선정을백지화하는 이같은 방안중어느것도수용하기 힘든 처지.

반도체를 현대에 넘긴 후 그에 상응하는 부문을 LG가 취하는 보상빅딜안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래정·홍석민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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