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빅딜’물밑접촉, 연내 대타협 가능성 

  • 입력 1998년 12월 28일 19시 47분


현대전자 주도의 반도체사업 통합에 반발하고 있는 LG반도체에 대해 채권금융기관들은 28일 신규여신 중단을 결의했다.

그러나 정부와 재계의 중재 및 현대 LG간 물밑 접촉에 따라 양사가 올해를 넘기지 않고 통합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채권단 결의〓LG반도체와 현대전자에 돈을 꾸어준 채권금융기관들은 이날 오후 구본준(具本俊)LG반도체사장, 김영환(金榮煥)현대전자사장 및 통합법인 경영주체로 현대전자를 선정한 아서 D 리틀(ADL)사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회의를 가졌다.

이 회의에서 채권금융기관들은 “반도체분야 통합이 결렬되는 책임은 LG반도체에 있다”며 △따라서 LG반도체에 대해 28일부터 신규여신을 중단하고 △반도체분야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양사가국제적으로인정받을 수 있을 정도로 마련해 제시할 것을 강력히 촉구키로 결의했다.

채권단은 “반도체 분야에서 ADL이 양사의 통합 필요성을 재확인하고 있는 사실을 중시한다”며 ADL에는 책임을 물을 생각이 없음을 간접적으로 밝혔다.

금융감독위원회도 “LG반도체측의 태도에 변화가 없는 한 채권단이 합의한 일정에 따라 신규여신 중단, 기존여신 회수 등 금융제재가 진행될 것”이라고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후속 협상〓현대전자는 이날 김사장 명의로 LG반도체 구사장 앞으로 공문을 보내 “신설법인 설립방안 협의를 위해 만나자”고 제의하고 “LG측은 빨리 재협상테이블에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LG반도체측은 “ADL의 평가방법과 결과에 수긍할 수 없으며 채권단의 제재를 받을 이유가 없다”며 강경대응 입장을 거듭 밝혔으나 한 관계자는 “협상을 벌여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 금감위 등 정부 관계자는 막판 대타협 가능성에 자신감을 보였다.

금감위 관계자는 “실제 제재에 들어가기까지는 며칠 여유가 있다”며 “그때까지 좋은 방향으로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손병두(孫炳斗)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도 이날 “파국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헌재(李憲宰)금감위원장은 27일 저녁 현대 및 LG그룹회장을 각각 만났으며 손병두 부회장은 28일 오후 양사 사장을 잇달아 만나 타협안을 모색했다.

〈이용재기자〉y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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